[현충원 시리즈]종교시설서 추모공간으로…佛 혁명정신 잠들다

[현충원 시리즈]종교시설서 추모공간으로…佛 혁명정신 잠들다

팡테옹 성당의 용도변경, 가톨릭 상징 걷어내고 지하 납골당 공동묘지로 두차례 교회반환 후 되찾기 되풀이후 1885년 완전한 통합장소 자리매김

  • 승인 2016-09-04 12:51
  • 신문게재 2016-09-05 1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국가의 성역, 세계 현충원 탄생과 역할을 찾아서]2.프랑스 팡테옹

팡테옹은 프랑스 역사와 국가의 기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다.

지난 7월 찾은 프랑스 파리 시내에 위치한 팡테옹은 “조국이 위대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오목새김 글귀로 방문객을 맞았다.

팡테옹은 그리스어로 신들을 모시는 궁전을 의미하는데 기존 생트주느비에브 성당을 프랑스 혁명용사를 위한 무덤으로 용도 변경해 만들었다.

프랑스 국가적 위인을 모신 팡테옹이 사실 성당을 용도변경해 만든 것으로 팡테옹의 탄생은 프랑스 혁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프랑스 혁명정부는 1789년 7월 바스티유감옥 점령사건으로 촉발된 대혁명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한 곳에 안치할 장소가 필요했고 파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이제 막 완성된 생트주느비에브 성당에 주목했다.

생트주느비에브 성당은 루이 15세의 절대군주의 위엄과 권위를 여러 예술적 건축기술로 표현된 성당이었고, 프랑스 혁명의 명분이었던 왕정 종식과 탈 기독교를 상징할 수 있는 곳이었다.

1791년 4월 혁명 위인 미라보의 시신을 안치하기 적합한 장소를 찾던 중 생트주느비에브 성당을 국가 위인들을 기리기 위한 신전으로 변형시켰다. 1791년 볼테르, 1784년 장자크 루소와 마라가 옮겨진 팡테옹이 탄생했다.

종교시설로 만들어진 성당이 신이 아닌 혁명용사를 위한 공간으로 재구성되고 수도사 안치를 위해 만든 성당 지하 납골당 역시 공동묘지로 1807년 용도변경 됐다. 이로써 팡테옹은 프랑스 연속성과 국가의 화해를 구현하는 장소이면서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적 건물이 됐다.

기존 생트주느비에브 성당은 1791년까지만 해도 실내가 무척 밝았다. 40여개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이 성당 내부를 가득 채웠다.

프랑스 혁명 위인들을 위한 묘지에는 밝은 실내가 어울리지 않았고, 혁명정부는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기존창 대부분 막았다.

생트 주느비에브 유골을 성당 중앙에서 빼내고 둥근 천정에 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백합이나 기독교를 의미하는 천사의 얼굴 등의 벽화와 조각을 모두 없앴다.

대신 '조국은 위대한 시민과 군인들에게 자유의 왕관을 나눠주며 역사는 그들의 이름을 쓴다'는 제목의 그림이 실내를 장식했다.

왕권과 종교적 상징을 제거하고 국가적 위인을 위한 공간으로 팡테옹도 부침을 겪었다.

두 차례 교회에 반환돼 본래 성당의 기능을 되찾았다가 팡테옹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 끝에 1885년에서야 교회와 완전히 작별하고 프랑스 공화주의 사상을 수호한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국민 통합장소가 됐다.

팡테옹은 메인층과 지하 납골당으로 구분되는데 1층 중앙홀은 성녀 주느비에브의 일생과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혁명 대표가들을 표현한 벽화와 조각이 새겨져 있다. 톨비악 전투와 샤를마뉴의 대관식, 생루이에 의한 법 개혁, 잔다르크와 함께하는 백년전쟁의 끝 등 프랑스 국가 건설 과정에 대한 묘사가 이뤄졌다. 내부에는 저명인사에 대한 경의가 표현돼 있는데 2차 세계대전 동안 사망한 문학가들에 대한 경의도 담겨 있다.

하상복 교수는 그의 저서 '빵테옹, 성당에서 프랑스 공화국 묘지로'에서 “혁명의 전개과정에서 희생된 인물들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혁명의 의미와 정당성을 재생산하는 장소”라며 “팡테옹을 무대로 사자의 정치를 원하는 혁명세력과 그것에 저항하는 반혁명세력 간의 지난한 대결의 역사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