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속반이 대전의 한 호텔서 거래전표를 조사하고 있다. |
9월 2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전통시장. 추석을 앞두고 식품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에 나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 기동단속반의 눈길이 한 곳에 멈췄다.
한 단속반원이 채소가 빼곡히 진열된 매대를 주시했다. 다른 채소와 달리 당근과 브로콜리에는 원산지 표시가 없었다. 곧바로 주인을 불렀고, 모두 중국산임을 확인하고 사진촬영과 함께 즉시 시정명령서를 작성했다.
가게 주인은 “깜박한 건데 계도조치로 끝내면 안되냐”고 하소연했지만, 소용없었다.
원산지 미표시에 따른 과태료는 판매가에 물품 수를 곱해 최소 5만원부터 최대 1000만원이다. 1000원에 판매되는 브로콜리와 당근은 각각 16개와 20개로 합계 3만2000원이라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됐다.
같은 시각, 또다른 단속반원은 다른 상회에서 ‘국산’ 표시가 있는 엿기름을 보고 포댓자루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점주는 “오늘 처음 내놓은 건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창고에서 자루를 들고 나왔다.
단속반이 “자, 사장님 보세요. ‘미국산’이라고 쓰여 있죠? 원산지 거짓표시입니다”라고 말하자, 주인은 “아직 팔지도 않았는데,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거짓표시는 형사입건 대상으로 품관원에 출두해 조사 후 검찰 송치된다는 말에, 고자세를 보이던 주인도 “한 번만 봐달라”고 태도를 바꿨다.
발걸음을 옮긴 곳은 유성 모 호텔 내 뷔페. 소셜커머스에 올라온 원산지 표시와 식당 내 표기가 다르다는 제보를 받은 곳이다. 단속반이 조사공무원증을 제시하자, 직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문제가 된 건 오리와 돼지고기였다. 온라인 상에는 국내산이었지만, 매장 내 안내판은 ‘원산지: 중국산’이었다. 단속반은 주방에 들어가 재고량을 확인하고 두 제품의 거래전표를 요구했다.
조리장은 땀을 흘리며 “소셜커머스 측의 착오인 것 같다”고 했고, 진위 파악을 위해 총괄책임자까지 나왔다.
소셜커머스 업체와 거래한 파일을 살펴보던 하 계장은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통신판매 원산지 거짓표시는 분명하다”며 “‘사실’만 말할 테니 받아 적으세요”라고 말했다.
단호한 어조에 담당자는 표정이 굳어지며 사실확인서를 작성했다. 호텔 측의 잘못인지, 온라인 업체 측의 잘못인지 따질 것이라는 게 단속반의 설명이다.
2명씩 2개팀 등 4명으로 구성된 단속반은 이날 중구와 유성구를 돌며 원산지 미표시 2건, 거짓표시 2건을 적발했다.
단속반 관계자는 “단속할 때 소리지르고 물건 던지는 경우도 많은데, 오늘은 착한 분들만 만난 것 같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소비자의 안전한 식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죠”라고 멋쩍게 웃었다.
한편, 지난달 18일 시작된 이번 집중단속은 오는 13일까지 진행되며 현재까지 거짓표시 22건, 과태료 9건 등 총 31건이 적발됐다. 김대식 기자 kds1939@
▲ 다른 야채들과 달리 당근과 브로콜리에는 원산지 표시가 없었다. |
▲ 포대자루 내 엿기름은 중국산, 매대에 올라와있는 것은 국내산. '원산지 거짓표시'다. |
▲ 충남농관원 단속반이 소비자의 안전한 식탁을 위해 대전지역 전통시장, 호텔 등지에서 원산지 표기 단속에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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