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 ‘사랑과 영혼’은 영혼의 불멸을 논할 때 아주 적절한 텍스트다. 감미로운 노래 ‘언체인드 멜로디’가 흐르는 안락한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불행이란 단어는 찾아 볼 수 없는 사랑이 충만한 신혼부부에게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은 당혹스럽다. 그런데 웬 걸. 죽은 남편은 정말로 죽은 것이 아니었다. 육신은 죽었을지언정 영혼은 살아 있음이라!
우리의 몸은, 의식은 숨이 멈춤으로써 죽는 게 아니었나?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100년 내에 모두 죽는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삶에서 이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 늦든 빠르든, 우리가 무엇을 하든 우리의 몸은 땅속에서 부패하거나 불에 타 한줌 재가 될 것이다.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생존을 지향하도록 만들어져 있으나 의식을 관장하는 뇌에 의해 죽음의 운명을 고통스럽게 인식하도록 만들어졌다. 과연 프로이트가 “인류의 소원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강하며 끈질긴 것”이라고 불렀던 죽음 문턱의 너머에서는 또다른 세상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미국의 뇌과학자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이븐 알렉산더가 쓴 책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내세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븐 알렉산더는 그 스스로 말했듯이 “인간의 의식은 뇌의 작용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더구나 타인의 영적 체험이나 신비스런 경험담을 들으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상”이라고 일축하는 과학적 회의론자였다.
그런 그가 임사체험의 당사자가 됐다. 2008년 어느날 갑자기 박테리아성(대장균)뇌막염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졌다. 우리를 인간이게끔 해주는 뇌의 겉 표면 즉, 대뇌피질이 기능을 멈춰버린 것이다. 사실상 회복불가능한 뇌가 부재하는 상태였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리고 그는 선언했다. “육체와 뇌의 죽음이 의식의 종말은 아니다. 인간의 체험은 무덤을 넘어서까지 계속된다.”, “내가 간 그 곳은 실재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만감과 신의 조건없는 사랑을 존재 전체로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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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알렉산더는 내세에 대한 확신을 누누이 강조하지만 그 곳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여전히 죽음이 두렵다. 죽음은 모든 것, 한 사람의 확실한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오래전 아침방송에서 연기자 이주실씨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큰 지를 얘기했다. 유방암으로 치료받던 자신의 병원 주치의는 호탕하고 서글서글한 의사로 환자들에게 암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라며 용기를 북돋워 주곤 했단다. 그런데 의사 자신이 암에 걸리고 말았다. 의사는 평소 환자들에게 했던 것과는 달리 자신은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절망과 공포로 벌벌 떨며 죽어갔다고 한다.
“자신의 작품이나 자손을 통해 불멸성을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죽지 않음으로써 불멸을 이루고 싶다”는 우디 앨런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짧은 지상의 삶을 애석해 하며 영생불사를 꿈꿨다. 사막의 모래 위에 150m 치솟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파라오의 미라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거침없는 도전이었다. 이집트인은 파라오의 불멸성을 통해 인간의 죽음과 부활을 상징화했다. 파라오는 썩지않는 신의 모습으로 다시 탄생하는 셈이다.
중국의 진시황도 영생불사에 집착한 인물이다. 그도 신이 아닌 이상 죽음을 피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그는 죽어서 묻힐 지하 묘지에 지상의 삶을 그대로 가져가 생전의 영광을 누리길 원했다. 진시황릉은 그야말로 땅위의 세상을 옮겨놓은 또다른 세계였다. 이집트의 파라오와 진시황제는 과연 저 세상에서도 권좌의 영광을 누렸을지 궁금하다.
과학에 있어 죽음은 해결해야 할 화두다. 하지만 현재로선 죽지 않는 삶은 요원한 것 같다. 대신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죽음 너머의 또다른 세계가 있음을 끊임없이 설명한다. 그들의 체험은 너무도 구체적이고 확고해서 솔깃해진다. 떠다니는 느낌, 어두운 터널, 하얀 빛, 꽃과 나비, 신과 같은 존재를 인지하는 것…. 임사체험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들이다. 이븐 알렉산더는 “신(神)과 사후세계는 있다”며 “내가 어디에 있든 천국이 나와 함께 있으리라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들의 경험이 일종의 백일몽이나 환각작용은 아닌 지 가보지 않은 사람으로서의 자연스런 의구심일테다. 임사체험자들은 하나같이 천국을 보았다고 하는데 지옥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죽음의 과정은 공포와 고통이 아니라 무지개 너머 극락의 세계로 가기 위한 즐거운 축제라고 할 수 있겠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정말, 사후세계가 존재할까.
/우난순 교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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