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캐스팅보트의 한계, 이루지 못한 충청 대망론(1)

[창간특집]캐스팅보트의 한계, 이루지 못한 충청 대망론(1)

  • 승인 2016-08-31 16:33
  • 신문게재 2016-09-01 14면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창간 65주년 특집 '웅비하는 충청']

대선마다 승패 갈랐지만…'홀로서기' 실패한 정치 요충지
김종필 전 총리, 이인제 전 의원 등 대통령 꿈 달성 못 해
'해볼때 됐다'는 안일함, 전략적 가치 인정받지만 우리만의 대망론에 그쳐


“충청도는 대한민국의 중심이고 대전은 그 노른자위입니다. 충청도, 대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가야합니다.”(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지난 4월 5일 대전 유성 유세 중)

“충청권은 대통령 선거에 있어 중요하다. 충청에서 이기는 쪽이 집권한다.”(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지난 6월 1일 더민주 충북도당 핵심당직자 워크숍 인사말)

'중원'(中原)인 충청이 차기 대권주자들을 앞세워 대한민국 정치권의 주류로 비상하는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존재를 통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이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충청대망론'이 실현될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 충청대망론이 나온 것은 오래됐지만,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1년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충청대망론이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충청대망론은 염원(念願)=충청 출신 대통령 배출, 이른바 충청대망론은 충청민들의 염원이다. 이뤄보지 못한 꿈이다.

충청 출신 대통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4대 윤보선 대통령이 아산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물러나자 야당인 당시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 선출됐다. 그러나 5.16 정변으로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고, 의원내각제의 대통령이기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권자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그 이후 충청권 출신 정치인들의 대권 도전은 이어졌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김종필 전 국무총리다.

그는 지난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에 신민주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다. 결과는 4위였으나, 그는 이 선거에서 충청 대표주자라는 이미지를 갖게됐다. 그는 1995년 2월 민자당을 탈당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결별 후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을 창당해 총재가 됐다. 자민련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무려 49석을 차지,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여당인 신한국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주도한 물갈이가 성공하면서 과반인 165석을 얻자 상황이 꼬였다.

이 때문에 새천년민주회의 김대중 총재와 김 전 총리는 쉽지 않은 대권가도를 예상,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구성했다. 다시한번 국무총리직을 맡게 된 이유다. 그럼에도 16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실패 등 자민련의 쇠락에 대권의 꿈은 달성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이인제 전 의원도 충청대망론 주자 가운데 하나였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5대 대선 신한국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음에도 석패하자 그해 10월 10일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뛰어들었다.

제3당이라는 조건에도 그는 15대 대선에서 492만표를 득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전 의원은 16대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후보로 출마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경선에서 패했고, 17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로 나섰으나 결국엔 잇단 실패를 겪어야했다. 2012년 선진통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되면서 18대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는 나서지 않았고, 합당 이후인 2014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됐지만 지난 4·13 총선에서 낙마 사실상 대권 경쟁에서 멀어졌다.

일각에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총재도 충청대망론을 실현시킬 수 있었던 후보로 꼽는다. 황해도 출신인 이 전 총재가 어떻게 충청대망론 주자일 수 있느냐는 반문도 나오지만, 그의 부친과 선대의 선산이 예산이 있는 탓에 그를 충청권 인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18대 총선에서 홍성·예산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충청대망론을 이뤄낼 것이라고 가장 기대됐던 것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다.

이 전 총리는 충청 출신 중에 국무총리와 함께 민선 충남지사를 동시에 거친 인물이었다.

그는 특히 지난 2009년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하며 지사직을 내던져 지역민의 심정을 대변한 인물로 평가됐다. 2013년 4.24 부여·청양 재보궐선거로 다시 정계에 복귀한 그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를 거쳐 국무총리까지 오르며 포스트 JP(김종필 전 총리)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도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녹취록과 메모지로 인해 총리직을 임기 도중에 사퇴해야했고, 현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충청대망론이 한풀 꺽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외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7선의 무소속 이해찬 의원(세종)과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발탁됐던 정운찬 전 총리 등도 대망론 후보군으로 꼽혔다.

이 의원은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지만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뒤쳐졌고, 정 전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대권의 꿈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짙다. 최근 정 전 총리의 거취를 두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에서 잇단 러브콜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박계 좌장이었던 이재오 전 의원이 주축이 된 늘푸른한국당 측도 정 전 총리의 영입 가능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정 전 총리가 늘푸른한국당에 합류할 경우,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 전 의원이라는 점에서 지역민 정서에 정면으로 맞닥뜨리게될 상황을 배제키 어렵다.

▲대선 승패를 갈랐지만 충청만으로는 어려워=캐스팅보트.

이보다 슬픈 말이 또 없다. 충청권은 역대 대선에서 어김없이 승패를 가른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충청의 지지 없이는 대권은 없다'는 말도 나왔다. 그만큼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충청권의 힘만으로는 대권을 이룰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선거때마다 승패를 결정짓는 추 역할로서 실속을 챙겼다는 얘기기도 하다.

분명, 지난 1992년 이래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에서 지지의 우위를 얻지 못한 후보는 당선되지 못했다.

지난 14대와 15대 대선에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에도 충청 출신인 김종필 전 총리의 지원이 있었다. 16대 대선에서는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을 공약해 충청 표심을 얻는데 성공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17대 대선에서도 충청권의 지지율에서 앞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체 득표율에서 앞서며 당선됐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

충청권에서 과반의 득표율을 확보한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야권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표를 제치고 대선 승리를 따냈다.

더민주 박범계 의원(대전 서갑)이 지난달 초 우상호 원내대표 등 당 원내지도부가 대전시를 찾은 자리에서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의 지지율과) 1%차이도 안났다. 충남과 충북은 13~14% 뒤처졌다”라면서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20년만에 야당 시장이 됐다. 이번 총선에선 7개 선거구에서 4대 3으로 이겼는데, (당이) 관심과 배려하는 만큼, 시민들이 더민주를 지지한다”고 한 것도 충청권 표심이 지닌 무게를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충청권의 전략적 가치는 여야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충청권 홀로서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충청대망론의 실현에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관측이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이제 우리만의 대망론은 의미가 없다”라며 “지역주의 매몰과 그리고 우리가 해볼 때가 됐다는 안일한 사고로는 염원을 풀기는 커녕, 또다시 변방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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