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대표 선출과 총선 지지율 변화로 보듯 '특정지역=黨' 공식 깨져
대립과 갈등 대신 통합으로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 필요
충청도 지역주의 프레임 버리고 국민통합 비전 만들어야
아니다. 지역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에서는 충청대망론이 더는 상수가 아니라 정권 재창출을 위한 '신의 한수'로 여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충청권만의 대망론이 아니라 전국민을 상대로 왜 충청대망론인지를 이해시키기 위한 비전 마련 등의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리적 의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지역주의와 이념의 대립과 갈등에 지친 국민들에게 통합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충청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그 위력이 어마무시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일관된 전망이다.
▲충청대망론의 실현 가능성은=충청대망론이 최근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 정치권에서는 탈 지역적 사고가 있다고 본다.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영남을 텃밭으로 한 새누리당의 새 대표에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이 뽑힌 것은 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적으로 영남은 보수 정당과 후보를, 호남은 진보 정당·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러나 지난 4.13 총선에서 특정 정당의 영원한 아성은 더는 존재치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공천 파동과 지역 현안 해소 무능 등 다른 이유도 있지만, 대체로 지역 패권주의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새누리당 소속이 아니고서는 당선될 수 없다던 대구에서 더민주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이 당선됐고, 공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유승민·주호영 의원 등이 당선, 당당히 복귀했다.
정당 득표율만 봐도 그렇다. 부산과 경남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절반에 크게 못미쳤고, 더민주와 정의당 등 야권에 적잖은 의석수를 내어줬다. 지난 18대 대선의 민심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더민주도 안심할 수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안방인 호남을 대부분 국민의당에 내어줬기 때문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됐든, 더민주·국민의당이든 간에 특정지역만으로는 대선에서의 정권 창출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 탓에 선거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의 중요성은 한층 커졌고, 충청의 표심을 얻기 위한 후보 즉, 충청 출신 인사들을 주목하게 됐다.
당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일거수 일투족이 세상의 관심사다.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고, 안 지사는 새누리당에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대체제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당 대표로 출마했던 한선교 의원은 지난 새누리당 8·9전대 당시 안 지사가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직을 꿰찰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안 지사의 재선을 막기 위해 당 안팎에 있는 다양한 후보군의 투입론이 검토되기도 했다. 새누리당내에서는 당내 대권주자로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의 도전 여부를 눈여겨보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충청권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충청권의 위상이 커진 것도 한 몫 했다.
지난 2013년 8월 충청권 인구가 호남을 추월했다. 19대 대선이 열릴 내년께엔 두 지역 인구 격차가 30만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충호 시대'라고 불려질 만큼 충청권의 인구 증가로 인해 영·호남 중심의 정치축도 영남·충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에는 강창희·박병석 등 충청권 의원이 국회 의장과 부의장을 차지했고, 여당 원내대표도 나왔다. 20대 국회에서 재차 여당 원내대표를 배출한 충청권은 지난 8·9전대를 거쳐 지도부의 반을 지역 출신으로 채웠다.
야당인 더민주에서도 정책위의장을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이 맡았고, 원내수석부대표에는 재선의 박완주 의원(천안을)이 기용됐다.
이들의 존재는 향후 충청권 인사들이 각 당의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데 적잖은 견인차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아울러 총선에서 적잖은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잃은 새누리당으로서는 충청과의 연대론, 이른바 충청+TK(대구·경북)를, 호남을 잃은 더민주로서는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충청권이라는 점에서 더 기대하는 모양새다.
수도권 출신의 더민주 당직자는 “충청이 지금만큼 위상이 높았던 적이 있나고 자문해본다”라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넘어 우리 당의 새로운 기축, 특히 호남 공백을 대체하고 수도권의 표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충청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전없이는 지역주의 매몰 우려=지난 6월 19일 지역의 한 방송사가 의미있는 행사를 열었다.
충청대망론 후보인 반기문 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측근격인 인사들로부터 내년 대선을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이 대선 출마시 모종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추측을 낳고 있는 새누리당 성일종 의원(서산·태안)과 안 지사의 친구이자 '안희정 사단' 중 한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논산·계룡·금산)은 두 사람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충청대망론이 화제가 된 배경에 대한 분석이다.
성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영·호남 지역주의를 허물어낼 것이 누구인가. (그런 점에서) 충청도가 지역색이 옅고 국토중심이기에 소명을 받는 것 아닌가 싶다. 갈등을 종식하고 통합을 이끄는데 충청도가 적합하다는 것”이라고 평했고, 김 의원은 “1차적으로 지역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여기에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 충청대망론에 담긴 뜻은 충청도만 아니라 대결과 갈등 정치를 통합의 정치로 바꿀 사람이라는 의미로 안희정·반기문에 기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전없이는 충청을 벗어난 득표율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김 의원은 “안 지사가 개인적 욕심 때문에 상황이 여차여차한데도 굳이 해봐야겠다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라며 “(안 지사) 자신이 정치적으로 목표삼은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상황, 지도자들이 모여 노력한다면 안 지사가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성 의원은 “외교관(반 총장)이 진흙탕에서 싸울 수 있을까 염려하는데 그것은 본인의 능력”이라면서도 “(반 총장이) 시대적 비전 플랜을 통해 호응받을때 (지금보다) 더 좋은 여론조사 나올 것이고 지지를 획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지역주의 프레임에 가둬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과거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지역감정의 프레임인 '핫바지'를 내세우며 지역민의 표심을 하나로 모으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충청 혼자만의 힘으로 충청대망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지역 의원들이 전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 맥락에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한 것은 국민통합을 위한 리더십이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표심도 영호남 중심의 지역 패권구도가 계속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충청권의 역할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지역주의의 틈새에 핫바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지역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을 이뤄낼 지역으로 거듭날 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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