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에 1달러짜리 레몬으로 5달러의 레몬주스를 만들어 파는 것이 한남대의 살길이죠.”
지난 3월 취임식에서 구성원과 함께 점토 반죽에 발 도장을 찍는 '풋 프린팅'을 선보여 화제가 됐던 이덕훈 총장은 전용차 반납과 스타교수 선정, 국책사업 분야 우수대학들을 벤치마킹하며 취임식 행사가 단순 퍼포먼스가 아닌 진성성있는 다짐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한달 반 동안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식사를 하며 학생들의 먹거리에 신경을 쓰고, 비즈니스 석에서 이코노미석으로 비행기표값을 아껴 기숙사 세탁기를 교환하는 등 세심한 면모를 보여주는가 하면 앞으로의 한남대의 방향성을 창업으로 잡고 창업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힘쓰고 있다. 격식보다는 실리, 안주보다는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는 이 총장은 한남대 설립자인 윌리엄 린튼처럼 한남대생이 국제적으로 선도하는 봉사자가 되길 꿈꾼다.
인터뷰 내내 모교 출신 총장으로서 한남대에 대한 자부심과 학교운영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던 이 총장을 만나 대학의 위기 속에서 한남대만의 발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취임 반년이 지났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본다면.
▲우선 학교 구성원과의 소통과 공감을 위해 노력했다.
학생들의 불편사항을 듣기 위해 직접 생활관과 동아리실 등 현장을 방문해 학생들과 잦은 스킨십을 가졌다.
지나가다 우연히 한 학생이 밥맛이 없다고 하더라. 몇날 며칠을 학생식당을 이용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점검했다.
무엇보다 잘 먹어야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학생들의 식단 개선에 힘썼다.
비행기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금액으로 노후화된 기숙사 빨래방 세탁기도 바꿨다. 임기 도중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할 생각이다.
권위와 격식을 따지기보다 학생과 학교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다.
리더의 덕목을 말할 때 덕장, 지장, 용장 등을 이야기하지만, 농담반, 진담반으로 '현장'을 여기에 추가한다.
'우문현답', 즉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침 7시30분에 학과장 회의와 팀장 회의를 열어서 학교 재정문제, 국책사업 추진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구성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정책들을 힘있게 추진해오고 있다.
-교직원 집중휴가제, 스타교수 육성 등 지역대로서 파격적인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변화의 시기를 늦출 수 없다.
학교 내부적으로 교수, 직원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이 정비되면 학생들에게 더욱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폭염특보가 발령된 여름방학에 교직원 집중휴가제와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는 '쿨 비즈 캠페인'을 시행해 교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했다. 또 에너지 절감 효과도 거뒀다.
'스타교수' 제도는 교수들의 연구를 독려하고 학생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
과거의 연구업적 우수교원을 시상하는 것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서 스타교수를 발굴, 육성할 것이다.
이밖에 공간 측면에서도 강의동과 연구동을 분리, 학생들의 강의실 접근성을 높여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고품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동시에 교수들의 연구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파격 행보에 학생과 교수 등 학교 구성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한남대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행보들이 파격일 수 있겠지만 글로벌 대학들의 발전 속도와 변화를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남대의 구성원 역시 이러한 위기에 대해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으며, 변화에 적응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CEO형 총장으로서 정기 행정팀장 회의는 물론 학과장 및 외국인교수 간담회 등 구성원들과 자주 소통을 하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화합과 협력을 이끌어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 매일 배낭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에 출근하는 이덕훈 총장 |
▲일부 반대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학교만의 특성과 특징을 알게 되고, 우리의 상황도 점검해 볼수 있는 기회였다.
벤치마킹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대학 발전에 필요한 내용들을 우리 대학에 적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 이대평단사태도 그렇고, 일련의 국책사업을 경영학적으로 평가해 보니 구성원이 피해를 입는 국책사업은 안하려고 한다.
우리 한남대는 정부가 유도하는 공대대신 인문사회 분야가 강하다.
이걸 폐과시키거나 합병해 공대를 늘리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다.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한남대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지금같이 취업난이 심한 상황에서 대학이 학생 취업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그 대학은 무책임한 것이다.
내 자녀라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취업지도를 해야한다.
교수들이 한 명만 더 취업시키자는 마음을 갖고 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한다면 취업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무엇보다 중도탈락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남대는 고용노동부의 대전·세종 거점 대학창조일자리센터 사업에 선정됐고, 취업·창업처를 만들어서 입학부터 졸업까지 진로를 섬세하게 멘토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 대전 사립대 중 유일하게 '취업연계중점대학'에도 선정돼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공공기관, 교육기관, 기업 등에서 현장 밀착형 직무 체험을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고 동시에 근로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
또 중소기업청의 거점형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한남대는 창업지원단을 중심으로 청년 창업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대학들의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구성원 반응과 설득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취임하면서 구성원들에게 거듭 강조한 것이 '급여를 삭감하지 않겠다. 하지만 경비를 절감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에 시범 도입한 집중휴가제도 교직원들이 눈치 안 보고 휴가를 즐기는 동시에 전력피크 때 건물을 셧다운 함으로써 전기료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구성원들은 인건비를 삭감하는 타 대학들이 있음을 알기에 긴축의 당위성을 이해하는 편이다.
경비를 줄이고 학교 시설을 직영으로 전환하면 충분히 재원이 보충될 것이라 본다.
물론 허리띠만 계속 졸라맬 수는 없다.
CEO총장임을 강조하는 만큼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앞으로 하나 둘씩 신규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겠다.
또 기부금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발전기금부를 만들었다.
-앞으로 어디에 역점을 두고 대학을 운영할 계획인가.
▲한남대 인재상은 진리, 자유, 봉사이다. 여기서 봉사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한남대 설립자인 린튼은 후진국이었던 한국에서 자신의 젊음을 불태워 인재를 만들어내는데 인생을 걸었다.
이제 충분히 한남대 학생들도 선도적 국제인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와 기반이 됐다고 본다.
여기에 오는 10월께 옛 국제학교를 모든 대화를 영어로 하는 '잉글리시 존(English Zone)'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장학급 지급 기준을 성적 장학금외에도 영어 능력을 평가해 지급할 계획이다.
한남대를 창업의 요람으로 만드는 것도 꿈이다.
레몬 1달러에 8개인 레몬을 주스로 만들면 하나에 5달러에 팔 수 있다.
국제학교 담장이 있던 자리에 창업부스를 만들어 학생들이 마음껏 창업을 실습해 봤으면 한다.
학생들의 도전 정신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라도 창업에 역점을 둘 것이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창업은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이덕훈 총장은
1957년생. 1984년 한남대 경영학(학사). 1988년 일본 게이오대 (상학석사). 1991년 일본 게이오대 (상학박사). 2012년 한남대 학제신학대학원(신학석사). 1992~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1995~1997년 한남대 일본 연구소장. 2002.3 ~ 2003.2 한남대학술정보처장. 2004.9 ~ 2005.2 한남대 학생복지처장. 2005.3 ~ 2006.2 한남대 기획처장.
대담=오희룡 취재4부 교육팀장(부장)
정리=성소연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