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전국의 문화재단들, 왜 위기인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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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전국의 문화재단들, 왜 위기인가 (3)

  • 승인 2016-08-30 13:47
  • 신문게재 2016-08-31 23면
  •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우리나라 공공문화재단의 역사는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뒤부터 시작된다. 경기문화재단(1997)을 필두로 70개를 넘긴 재단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재단에 대한 지역사회의 역할기대 또한 나날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재단들은 이른바 '위기'다. '위기'에 대한 진단은 지난 두 글들로 갈음하고 오늘은, 비전과 전략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문화재단, 어떻게 해야 할까. 재단 혼자서는 결코 풀 수 없고, 지역의 예술계는 물론 정치권과 행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풀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눈 감은 채 떠오른 거품만 두고 왈가왈부한다고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이 바르고, 처방이 발라야 병이 낫는다. 재단의 비전과 전략을 리더십의 차원에서 접근한 필자의 최근 연구 결과를 일부 소개한다.

연구에서 얻은 재단 리더십의 모형은 세 가지. 모든 과학에서 모형은 어떤 현상에 대한 경험적·이론적 생각들을 개념적으로 통합한 틀이다. 이렇게 이미 존재하거나 새로 발견되는 한 현상 또는 복수의 현상들 간 관계를 특징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모형이다. 그러므로 재단의 리더십 모형은 운영 중인 재단이나 새로이 설립될 재단의 리더십에 대한 비교·판단의 기준과 근거가 된다. 즉, 이들 리더십 모형과 현장의 리더십을 비교·판단함으로써 정책 구성요소의 변용 또는 새로운 투입 등 재단의 전략적 경영을 도모할 수 있다.

먼저, '신뢰-거버넌스 리더십 모형'. 문화부문의 대표적인 민관 협동·협치 조직으로서 재단은 문화 거버넌스의 중심으로, 또 지역의 사회·문화적 환경과 조건에 맞는 위상을 스스로 확보하는 로컬 거버넌스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아울러 재단과 그 CEO는 지원사업에 대한 윤리적 책임성, 공정성과 투명성의 확보 등 민주적인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거버넌스의 목적이 공공정책의 합리적 결정과 효율적·효과적 집행이라면 그 최종 지향가치는 신뢰다. 이해관계자들이 평소 재단의 세세한 행정을 다 알지 못하는 불확실함 속에서도 긍정적인 기대와 함께 갖게 되는 덕목이 바로 신뢰다.

다음, '팔 길이 리더십 모형'. 팔 길이 원리(arm's length principle)란 정부가 재단에 지원은 하되 무조건 간섭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정책결정 과정에서는 정부와 밀접한 협의를 거치되, 자원의 배분 과정에서는 재단이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한 뒤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단의 리더십은 재단 홀로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단과 정부 간 팔 길이의 유지, 그리고 성과의 회임 기간이 긴 문화예술과 그 행정의 속성에 적합하게끔 운영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게 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특히 문화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감성적 지성 리더십 모형'. 우리 국민 상당수의 가장 중요한 욕구가 경제적인 욕구에서 정치적인 욕구로 바뀌어 왔고, 정치적인 욕구는 다시 문화적인 욕구로 변화하고 있다. 문화적인 욕구란 곧 감성적인 욕구이며, 이는 감성과 이성을 두루 인지하면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감성적 지성(emotional intelligence)에 의해 제대로 다스려진다. 그러므로 재단 CEO에게는 예술경영 전문성 등 기업이나 다른 행정기관의 CEO와는 차별적인 리더십 역량이 추가로 요구되며, 아울러 재단 조직체계의 문화성(文化性)과 지방정부의 문화마인드 등이 필수적이다.

문화재단,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재단 리더십의 세 모형은 결국 재단이 필요로 하는 비전과 전략의 모습이다. 이른바 '개선, 개혁, 혁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지금까지 알려진 수많은 재단 경영 방안들은 대부분 솔직한 진단에는 짐짓 모르는 체하면서 표면의 거품을 잠깐 꺼뜨리는 진통제만을 처방하고 있다. 점점 심각해지는 문화재단 병(病)의 근본적인 치료법들은 이 글의 세 리더십 모형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는데, 독자들은 어떠신가?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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