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절망속 피어난 그녀의 삶, 일기장에 오롯이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읽기]절망속 피어난 그녀의 삶, 일기장에 오롯이

  • 승인 2016-08-25 14:19
  • 신문게재 2016-08-26 10면
  • 이영희 둔산도서관장이영희 둔산도서관장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비엠케이(BMK), 2016

▲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비엠케이(BMK, 2016
▲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프리다 칼로, 비엠케이(BMK, 2016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살아있음이 행복하다” - 프리다 칼로

처음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된 건 2002년에 나온 영화 '프리다'를 보고 나서다. 한 번뿐인 인생을 피할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 한다면 절망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녀에 관한 영화를 우연히 접한 후 기회가 되면 그녀의 삶과 예술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올해 우리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다시 만나게 됐다.

'3인의 여성예술가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격정의 삶을 살았던 여성예술가 3인(프리다 칼로, 천경자, 까미유 클로델)에 대한 강연과 미술관 탐방을 진행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을 프리다 칼로를 소개한다.

1907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프리다는 18세에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평생을 이 사고로 인한 고통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서른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았고, 수차례 임신했으나 매번 유산했다. 그녀와 결혼한 멕시코 대표화가이자 정치적 동지인 디에고 리베라는 그녀 외에 다른 연인을 두었고 심지어 그녀의 여동생과도 사랑에 빠져 프리다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 준다.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프리다의 아픈 삶과 사랑이야기, 예술 세계를 그녀가 쓴 일기장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솔직하면서도 즉흥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그녀의 일기는 서른일곱이었던 1944년부터 10여 년간 썼던 것으로 그녀의 정신적인 고백이 여과 없이 스케치돼 있으며 교통사고로 받은 육체적 고통과 남편에 대한 사랑, 고독, 존경과 좌절감까지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일기장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쓰는 만큼 남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일은 조금 생경하기도 하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프리다의 모습을 보면서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프리다의 아픈 인생은 자화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는데 보기에 다소 불편한 작품들도 있지만 그녀가 처했던 상황과 마음을 알고 보면 작품을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아울러 그녀의 위대한 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강렬한 색채와 표현이 눈길을 끌지만 이면에는 고통 속에 외롭고도 쓸쓸했던 한 여자의 마음상태가 보이기도 한다. 진통제 없이는 작품을 그릴 수 없는 상태에까지 도달했어도 그녀는 붓을 놓지 않았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았던 프리다. 그녀에게도 죽음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던 걸까?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프리다의 마지막 일기장에 적혀 있는 말이다. 과연 그녀의 마지막 외출은 행복했을까? 일기장으로 만나 본 그녀의 삶은 참으로 고통스러웠지만 고통의 깊이만큼 그녀는 강인했던 것 같다. 고통 없이는 예술도 걸작의 잉태도 없다는 말이 와닿는다. 그녀의 뛰어난 작품은 고통을 넘어 예술로 남아 우리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프리다의 작품을 국보로 지정할 만큼 아끼고 사랑한다고 한다. 피카소마저 그녀의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다는 극찬을 했다. 올 여름 이 책을 읽고 기회가 된다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전시회까지 본다면 최고의 문화 향유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삶과 인생, 그리고 예술작품이 적절하게 표현돼 있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영희·둔산도서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