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기 때문에 구석진 곳에서 외롭게 훈련에 임했던 선수가 혜성같이 나타나 금메달 수상대에 올랐을 때 당사자는 물론 보는 이들까지 전율하게 된다. 이번에도 메달이 확실시 되었던 유망주들보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이른바 '무망주'들의 화려한 등극은 지구촌 스포츠 축제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목표는 10-10. 금메달 10개로 10위권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의 성적은 금9 은8 동9으로 종합 8위에 올랐다. 아주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금메달 10개를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언론들은 하나같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 믿음에 대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박상영 선수는 13대 9로 지고 있던 절망적인 상황에서 청중 누군가가 무심코 외쳐준 “너는 할 수 있어!”라는 한마디에 자극을 받았다. 그는 그 말을 다시 몇 번이고 되뇌이다가 마침내 기적같이 상대 선수를 역전시켜 금메달 고지에 올랐던 것이다.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여자 양궁에서 2관왕에 오른 장혜진 선수는 '만년 4위'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노메달의 설움을 오래 겪은 30세가 다 된 만년(晩年)의 선수다. 그녀 역시 어려운 시기를 겪어내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은, 자신의 활 끝에 항상 매달고 다니며 틈틈이 되뇌이는 “나에게 집중”이라는 자신만의 경구(警句)였다고 한다. 나에게 집중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던 것이다. 금메달을 딴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며 긍정적 믿음에 대한 신뢰감을 보여주었다.
여자 골프에서도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는 우리 한국의 딸들을 지켜보면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손가락 부상과 컷오프탈락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올림픽에 참가한 박인비는 유달리 마음고생이 심했다 한다. 금메달을 딴 후에 박인비는 “내가 나를 믿지 않았다면 올림픽에서 경기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신에 대한 강한 신뢰를 갖고 있던 그녀는 경기 내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세계 누구도 해내지 못한 '골든 그랜드 슬램'(올림픽 금메달과 3개의 주요 세계대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던 것이다.
이와같이 자기를 향한 긍정의 신뢰는 인간으로 하여금 무한대의 힘을 발휘하게 한다는 것을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긍정의 에너지로 자신을 가득 채운다면 어떠한 난관의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고, 자신 속에 잠재되어 있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실례들이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교문을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으로 “나는 할 수 있다”는 글귀가 새겨진 화강암 비석이 우뚝 서 있다. 대학 총장에 처음 취임하면서부터 필자가 학생들에게 누누이 강조해 온 말이 바로 '나는 할 수 있다'였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청소부부터 시작해 대기업을 일군 재미기업인 김태연 회장의 말을 빌어, 그도 할 수 있고 그녀도 할 수 있는데 나라고 왜 못하겠느냐(“He can do it, she can do it, Why not me?”), 즉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심어주고 싶어서 학생들이 늘 드나드는 자리에 새겨둔 것이다.
이번 올림픽의 승전고가 당연히 기쁘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짧고 단순한 이 글귀의 소중한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해 준 것이 필자에게는 기쁨이 배가 되게 하고 있다. 이제 곧 개학이 된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더위와 취업난 등으로 축늘어진 학생들의 심신이 교문을 들어서면서, 화강암 비석에 새겨진 이 글귀가 학생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진정한 의미로 다가갔으면 한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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