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가 성적을 처리한다’, ‘교수가 성적에 사적 감정을 개입시킨다’는 등의 불만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세부 평가 내용을 공개하라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도 최종 성적만 공개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다. 교수들은 최종 성적에 대한 피드백 또한 꺼리는 분위기이기에 더욱 문제가 된다.
필자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의아했다. 점수 정정을 요청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유는 궁금했다. 감점 이유를 알고 싶다고 연락했다. 사상 비교와 본인의 견해를 주로 논하는 학과 특성상, 앞일을 위해서라도 어디서 논리가 어긋난 건지 궁금했다. 답은 충격적이었다. ‘연구실로 오면 채점 된 답안지를 보여주겠다.’ 정도의 예상과 달리 ‘참 짜증나게 한다. 내가 그런 것 까지 알려줘야 하냐?’는 답이 돌아왔다. 노골적인 불쾌함에 적잖이 당황했다.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말과 함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 때 필자가 언급한 나쁜 의도란 ‘교수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려던 의도’를 뜻했다. “교수님들은 성적에 대해 왈가왈부 자체를 싫어해.” 간혹 학생들과 성적에 대해 얘기 할 때면 빠지지 않는 말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의의 제기 한마디 못 해보고 알아서 몸을 사린다. 학교가 공식적으로 성적 정정기간을 정해 놓고 있는데도 말이다. 필자 또한 대학 4년 동안 부대껴야 할 교수의 눈 밖에 날 까 노심초사했다. 교수의 이런 태도는 ‘성적은 교수의 고유권한이며, 성적 기준 공개 또한 교수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무례한 행동이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성적의 세부 내용 공개는 학생의 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다. 피드백 또한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대학생들은 이런 기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서울의 모 대학 교무처장은 세부 내용 비공개 이유에 대해 “원칙적으로 평가에 대한 피드백은 주는 게 맞다”면서도 “대학들이 연구 실적을 강조하다보니 일부 교수들이 교육에 쏟을 여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교수(敎授) 가르칠 교, 줄 수.,말 그대로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다.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전달하지 못하는 행동에 어떤 핑계도 허용되지 않는다. 교수는 폐쇄적인 태도를 버리고, 학생은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전민영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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