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샘물-신성한 생명줄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샘물-신성한 생명줄

  • 승인 2016-08-23 14:28
  • 신문게재 2016-08-24 23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시설창조관리과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시설창조관리과장
사람의 체온에 버금가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체의 체온조절능력을 시험이라도 하려는가 보다. 하지만 여느때처럼 제 아무리 강한더위라도 입추, 칠석을 지나 말복까지 거치면 힘을 쓰지 못한다.

요즈음 날씨도 그렇다. 열대야가 계속된다고는 하지만 새벽이면 찬바람을 느낄 수 있다. 이 때쯤 되면 태풍이 비를 몰고 오기도 하는데, 그럴 기미가 전연 보이지 않고 있다.

찬바람이 난다 해도 비가 오지 않으니 큰 걱정이다. 중간 중간에 내려 더위를 식혀주던 소나기가 오는 일도 드물어 졌다. 더위는 그런대로 견딘다 하지만 가뭄은 견디기가 힘들다. 강한더위와 같이하는 가뭄은 그야말로 재난에 가깝다. 모든 짐승과 풀과 나무들이 풀이 죽어 있다. 타들어 가는 밭작물들을 보면 안쓰럽다 못해 마음이 아프다.

냇가에도 물이마르고 고인물도 없어 물을 주려야 줄 수도 없다. 끝없는 가뭄에도 계속 솟아나는 샘물이 그립다. 샘물은 땅속에 흐르는 물줄기가 자연스럽게 터져나온 물이다. 이 샘물은 큰 강을 이루는 뿌리가 되고 큰 강들은 주변의 모든 물을 모아 바다로 이끈다. 샘물은 사람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생명줄이었다.

요즈음은 상, 하수도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샘물을 잊고 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샘물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었다. 샘물은 마을을 끼고 있는 높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집집마다 물동이나 물지게를 준비하여 산속으로 올라가 샘물을 길어다 먹곤 하였다. 어떤 경우에는 땅속 물줄기를 찾아 마을에 공동우물을 파서 물을 얻어 쓰곤하였다. 이 우물 역시 샘이라 하였고 샘물이라 하였다.

마을의 생김새가 배를 닮은 곳에서는 절대로 땅을 파서 물을 얻으면 안되었다. 배 밑바닥이 뚫리면 배가 가라앉듯이 마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이 있었다. 자연 샘물이 아무리 먼 산속에 있다 할지라도 반드시 그곳에서 길어다 먹어야만 하였다. 가뭄이 계속되면 이 샘물에 기우제를 올리기도 하였다. 기우제가 아니더라도 특정한 날에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정성을 다하여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흔히 샘이라 부르는 마을의 공동 우물을 마을사람들이 모두모여 청소를 하기도 하였다. 마을 우물은 빨래터 등으로 쓰는 얕은 우물도 있었지만 도르레에 달린 두레박으로 물을 퍼야 할 정도로 깊은 우물도 있었다. 이 깊은 우물을 청소할때는 도르레줄을 타고 내려가 우물벽은 물론 밑바닥까지 깨끗하게 청소하였다. 청소하는 마을어른이 혹시 그속에 갖히는 것이 아닌지 모든 이들은 마음졸이며 지켜보곤 하였다. 샘물은 이렇듯 생명줄이면서 신성한 상징물이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시설창조관리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3.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4.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5.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