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이야기] 더위는 그만 보내주고 처서(處暑)다운 가을바람아 불어라

  • 사회/교육
  • 날씨

[절기이야기] 더위는 그만 보내주고 처서(處暑)다운 가을바람아 불어라

가을의 두번째 절기로 더위가 누그러져 처서비 흉작의 징조, 추어탕으로 몸보신

  • 승인 2016-08-23 05:00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처서라면 무릇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느껴져야 하는데, 올해만큼은 예외가 될 듯싶다. 최악의 여름, 최장기 폭염으로 한반도는 뜨겁다. 서둘러 오라고 가을을 재촉해야만 하는 이유기도 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8월23일은 가을의 두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일교차가 매우 커진다. 차가운 바람 때문에 모기 입이 돌아가고 귀뚜라미가 나와 울기 시작한다. 또 논두렁과 묘소를 찾아 벌초를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는 말이 있다. 어정거리며 칠월을 보내고 건들리며 팔월을 보낸다는 말로 한적한 농사철을 비유한 말이다. 이 무렵 농부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가을 햇볕에 벼가 잘 자라 이삭이 올라오길 바라는 수밖에.

먼 옛날 선비들은 처서가 지나면 장마에 젖은 책과 옷을 꺼내와 음지에 말리는 음건(陰乾)과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했다. 작은 물건 하나도 소중히 다루는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처서 풍습이기도 하다.

처서에 내리는 비는 흉작의 징조라는데

입추까지는 ‘그래 막바지 여름이 기승을 부릴 수는 있지’라고 넉넉한 마음이었지만 처서까지 더위가 이어지니 가을은 아직 멀었는가 한탄스러운 마음이 새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상들의 농점(農占)은 다양했는데 처서비는 십리에 천석을 감한다는 말이 있다. 처서에 내리는 비가 곡식에 들어가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채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처서비의 흉작설에 관해서는 전국 어디서나 입모아 말한다. 그만큼 처서무렵의 농작물 발육이 매우 중요했던 것. 1년 농사가 헛수고로 돌아가니 처서비를 기피하는 이유만큼은 절실하게 와 닿는다.

처서에는 폭염에 지친 몸보신을 위해 추어탕과 애호박 칼국수를 주로 먹었다. 환절기 따뜻한 음식으로 몸의 기운을 되살리는 이치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폭염 속에서도 아침 혹은 늦은 밤 아주 미세하게 가을바람은 스쳐가고 있다. 조금 늦을 뿐 계절은 거스름이 없으니 머지않아 처서다운 가을바람이 불어오겠지. 길고 긴 여름, 이번 가을은 유독 짧게만 느껴질 것 같다. 높고 파란 하늘, 오색으로 곱게 물든 곡식들. 그 아래서 포동하게 살이 오른 우리들. 가을을 향해 꾸는 우리들의 꿈에는 소박하지만 간절함이 있다. /이해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헤드라인 뉴스


AI디지털교과서 논란 지속, 교사들 "AIDT 사용 거부" 선언까지

AI디지털교과서 논란 지속, 교사들 "AIDT 사용 거부" 선언까지

2025년 3월 일부 학년과 과목에 도입될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AIDT)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교사들이 AIDT 사용을 거부하고 나섰다. 11월 29일 교육부의 AIDT 채택을 앞두고 정책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9일 AIDT 거부 교사 선언을 천명하고 12월 3일까지 서명을 받는다. 시작 이틀 만에 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전교조는 AIDT 도입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2025년 정책이 시작되는 데 반대하며 사용 거부, 채..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