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방영된 시트콤 ‘논스톱4’에서 고시생 앤디는 친구들을 향해 쓴 소리를 뱉는다. 친구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떠나고 앤디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려 공부에 몰두한다.
2016년, 13년이 지났다. 지난 15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9.7%로 지난해 보다 0.4% 증가했다. 공식적인 실업자를 포함해 잠재적 경제활동인구, 비자발적 정규직 등을 더한 사실상 청년실업자는 18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취업난과 경기불황 속에서 취준생들은 돌파구를 찾는다.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 꿈의 직장, 정년을 보장하는 공무원이 그들의 실낱같은 희망이다. 출신학교, 학점 등 기타 스펙 없이 자체 시험을 통한 선발은 스펙 과열시대에 지친 취준생들에게 더욱 매혹적이다.
공무원 경쟁률이 점점 더 과열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9급 지방공무원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총 1,366명을 모집하는 이번 시험에 212,711명이 지원해 평균 18.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1일 7급 원서접수는 870명 선발에 66,712명이 지원해 7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81.9대 1이었던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젊은 인재들이 민간기업을 뒷전으로 두고 있다. 중소기업은 죽어가고 직원복지는 빈약해 진다. 악순환은 계속된다. 물론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채용과 창업을 도와주고,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운영해 경력 단절 여성들을 돕는다. 지역별로 중소기업과 구직자를 이어주는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서울시는 7월부터 ‘청년 수당’을 통해 저소득층 취업준비생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노력들이 공무원 쏠림현상을 완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제도의 뚜껑을 열어보니 비정규직과 계약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일명 ‘장그래법’을 제정하겠다고 외쳤다. 그러더니 비정규직 계약기간은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시켜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한다.
청년들은 위태롭다. 무너져버린 취업 시장은 그들이 앞으로 살아 갈 인생뿐만 아니라 살아온 인생까지 짓밟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만 보고 달려온 이들에게 ‘안정적 직장 취업’은 곧 성공한 인생을 의미한다. 안정성 없는 사기업에 불안감은 그들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게 한다.
일자리 양산이 일시적으로 공무원 과열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계약직을 향해 흔쾌히 발걸음을 돌릴 사람은 없다. 정부는 표면적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평생직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 전에 청년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들이 인생을 맡기고 발걸음을 돌릴 만한 확신을 줄 제도가 필요하다. 일자리 수만 늘리는 고식지계식 해결책은 그만해야 한다./전민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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