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에 위치한 충남도교육청 |
충남교육청은 홍주천년의 새 시대를 주도할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비상하고 있다. 대전에 청사가 있을 당시 연이은 3명의 교육감이 비리혐의 등으로 사법처리 되면서 비리교육청이라는 낙인이 찍혔었다.
그러나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충남교육청은 공석이던 자리에 새로운 교육감이 선출되고 조직에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최하위를 차지하던 충남교육청은 내포 이전 후 단숨에 부패방지 시책평가 1등급, 청렴도 평가 3위로 올라섰다.
30년의 대전 문화동 시대를 마감한 충남교육청은 홍성군 내포신도시에서 새로운 홍주천년과 함께 교육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꿈꾸고 있다.
▲암울하게 시작한 내포시대=충남도교육청은 1964년 충남도교육위원회로 독립해 1982년부터 대전 문화동 청사에서 30년 동안 있다가 대전청사 시대를 마감하고 2013년 3월 1일 내포신도시 새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충남도청이 내포시대를 맞이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데 비해 충남교육청의 이전은 침울한 분위기 전에 이뤄졌다.
이전을 준비하던 해 2월 현직 교육감과 장학관, 장학사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해 3월 현직 교육감이 비리혐의로 구속됐다.
충남 교육감이 연이어 세번째 사법처리 되는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 교육감의 음독자살 시도와 자살한 장학사도 나왔다.
충남도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교육감 주민 직선제가 자리 잡은 이후 반복돼 터져 나온 교육감 비리 문제는 충남교육에 대한 도민의 기대와 신뢰를 철저히 무너트렸다.
이 시기 국가권익위의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충남교육청은 전국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으로 온 대한민국이 들썩이던 때, 이미 충남교육청은 선제적으로 학교급식을 도입해 2006년께 학교급식 사업을 교육복지 확대를 위한 주력사업으로 선정하는 등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교육감들의 연이은 비리에 잘한 일은 묻히고 비리 교육청이란 낙인이 찍히며 내부 분위기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수장 없는 교육청 교직원들은 1년 넘게 잇단 감사와 숨죽은 듯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 새로운 내포시대를 견뎌내야 했다.
▲충남교육청의 현재=과거의 오명은 없다. 충남도교육청의 진정한 내포시대는 2014년 7월 김지철 교육감의 취임부터 시작됐다. 김 교육감은 당초 예상과 달리 급격하게 조직을 손대거나 정책변화를 추구하기보다 민주적 조직문화 정착과 청렴도를 끌어올림으로써 조직 내부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교육혁신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교육감 취임 이래, 경직됐던 도교육청의 조직문화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기관의 대표인 교육감이 학교 방문 시 직원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한다거나, 점심시간 직원들과 함께 차례로 줄서 배식을 받고, 여성의 날이면 청소용역 노동자를 포함해 예우를 갖추는 등의 솔선수범은 민주적 조직문화로 변모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였다.
이런 신호들이 쌓여 과거 직원들 사이에 말이 많았던 회식문화가 충남교육청에서 사라졌고, 업무효율을 떨어트리는 깐깐한 보고문화와 상급자 수행 등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 청렴에 대한 다소 강박적인 개선 노력도 돋보인다.
충남교육청은 올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1등급 기관에 선정됐다. 부패방지 시책평가는 전국 26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반부패 시책에 대한 평가로서, 전년도 3등급에서 2단계 상승한 1등급 평가를 받아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3위의 실적을 거둔데 이어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둬 국무총리 기관표창을 수상함으로써 청렴한 충남교육 실현에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게 됐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부정부패 척결을 최우선 역점 과제로 선정해 고위공직자 청렴교육 이수 의무화, 청렴도 향상 특별추진단 운영, 자체감사 활성화, 명절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 전개, 교육감 신문고 운영, 청렴의무 징계기준 강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운영, 공무원 행동강령 운영 강화 등을 통해 부패방지 시책을 중점 추진한 결과였다.
▲기본 되찾고 시대흐름 따라가는 교육행정= 충남교육청의 내포시대는 교육의 기본을 재확인하고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고 교육청 관계자들은 말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중요성이 높아진 안전교육은 이제 그 횟수와 분야가 넓어지며 제 기능을 찾고 있다. 일례로 충남의 학교를 거친 거의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심폐소생술을 반복해서 배운다.
최근 우레탄 트랙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논란이 일자, 충남교육청은 지난달 40억 원의 예비비를 긴급 투입해 학생들의 안전만큼은 타시도 교육청보다 빠르게 선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학교급식 분야와 관련해 충남교육청은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학교급식 식중독예방 전국 합동점검에서 단 한 건의 위반 사례도 남기지 않았다.
그간 위생안전에 대한 잦은 점검은 물론 직무에 종사하는 영양사와 조리사의 안전과 역량 강화 연수를 꾸준히 해온 결과다.
▲소통을 통한 교육민주주의 구현으로 미래 준비=보통 의사가 환자를 진찰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건 환자에게 “어디가 불편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명의라도 제 몸 아픈 건 본인이 우선 제일 잘 알기 마련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받는 학생과 학생의 성장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의견이 교육정책의 방향을 잡는데 첫 길라잡이가 돼야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2~3년간 충남교육청의 소통행보는 기본을 다잡는 바람직한 태도라는 평가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거 참여하는 원탁토론회를 꾸준히 열고 지역마다 교육감이 직접 다니며 현장의 요구를 들었다.
온라인으로 교육행정 모니터단 설문조사를 통해 끊임없이 현안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탄생한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8시 30분 등교를 권장하는 행복등교시간이다. 시행 한 해가 지나고 보니 행복등교시간을 지키는 학교가 충남 전체 학교의 97%에 육박하고 학생들은 아침밥을 과거보다 훨씬 잘 챙겨 먹는다.
충남교육청은 이밖에도 미래교육자문위원회 설치, 도민감사관제 도입, 주민참여예산위원회 활성화 등 충남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와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조금씩 교육행정에 충남도민과 학생,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이미 대세가 된 정책 수요자가 직접 자신에게 적용될 정책을 제안하고 다듬는 민·관 협치가 이제야 충남교육청에도 자리 잡고 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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