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앤서니 도어, 최세희 옮김, 민음사, 2015 |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긴 가장 파괴적인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이다. 2차 세계 대전의 전사자는 약 2500만 명, 민간인 희생자는 약 3천만 명에 달한다. 만약 내가 그 시대 독일이나 프랑스의 소녀로 살고 있었다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만 해도 오금 저리는 가정이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은 장님 소녀 마리로르와 고아 소년 베르너가 2차 세계 대전 전후로 겪는 10여 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1940년대 초반, 프랑스 파리. 장님 소녀 마리로르는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박물관은 마리로르의 놀이터이며 배움의 장소다. 이 박물관에는 기괴하고 아름다운 전설이 전해지는 133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 '불꽃의 바다'를 소장하고 있다. '불꽃의 바다'에 전해지는 말은 “이 돌을 품는 자는 영원히 살리라, 그러나 그가 돌을 품고 있는 한, 멈추지 않는 빗줄기처럼 그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차례로 악운이 미치리라.”
전쟁의 숨결이 시시각각 다가오자 박물관장은 '불꽃의 바다' 모조품의 세 개 만들고, 진품을 포함한 네 개의 다이아몬드 중 하나를 마라로르의 아버지에게 주며 떠나라고 한다 (누가 진품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아버지와 마리로르는 프랑스 북서 해안도시 생말로로 피신한다. 독일의 프랑스 침공이 본격화되고 아버지가 실종되면서 어둠의 그늘이 드리운다. 게다가 전설의 다이아몬드를 소유하려는 나치 협력자 룸펠이 끈질기게 범위를 좁혀 추적해 오고 있다.
한편 독일 탄광도시 졸페라인. 베르너는 고아원에서 여동생과 함께 산다. 베르너는 고장난 라디오를 재조립하고 프랑스에서 송신하는 과학방송을 몰래 청취하며 통신기계 기술을 익힌다. 그의 명석함은 나치의 눈에 띄고 교육을 받지만, 나치의 잔인성을 보면서 그곳을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전쟁 현장에 투입되고 마리로르가 있는 생말로까지 들어오게 된다.
독일군의 마지막 방어 기지인 생말로는, 연합군의 무지막지한 폭격이 기다리고 있다. 홀로남은 마리로르는 라디오로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해저 2만 리'를 읽어 준다, 그리고 중간 중간 도와달라는 비밀 메시지를 넣는데, 그 라디오 주파수를 베르너가 우연히 발견해 듣게 된다.
마리로르와 베르너는 세계 대전이라는 참혹한 상황에 맞닥뜨린 후, 삶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른다. 하지만 그 순수한 영혼들은 '정의'와 '인간다움'을 지킨다. 결국 마리로르의 강함과 섬세함, 베르너의 명석함과 선함이 룸펠의 끈질김과 사악함을 이겨낸다.
아름다운 문장, 담대한 서사와 스릴러에 홀려 더위를 잊게 만든다. 하지만 번역이 눈에 걸리는 부분이 좀 있고 시적인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읽기를 권한다.
내 독서 스타일은 주제 관련도서 연결해서 읽기, 2차 세계대전을 배경하는 하는 책을 소개한다. 추천 순서는 책의 두께 순이다. 우선 마커스 주삭 '책도둑', 존 보이 '줄무늬파자마를 입은 소년' 그리고 로이스 로리 '별을 헤아리며'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볼 수 없는 빛'도 제법 두껍다. 1~2권 합쳐 무려 788페이지, 하지만 염려하지 마시라. '불꽃의 바다' 행방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된다.
김해정·한밭도서관 시각장애인실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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