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식 백석문화대 총장 |
우리 국민들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드 배치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는 불가피론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파 등 사드 배치에 따른 국민의 불안감과 주변 국가들의 외교 문제 등을 감안하여 반대한다는 의견 등 분분하다. 또한 사전에 국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충분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부득이한 상황을 해당 지역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들도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하여 의견이 한 곳으로 모아지지 않아 답답하다.
필자는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사드 배치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관련하여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적' 측면과 '감성적' 측면에 대한 양면성을 좀 짚어보고 싶은 것이다.
'오만과 편견'으로 잘 알려진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처녀작인 이성과 감성이라는 소설이 있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해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성과 감성에 대한 두 자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엘리너와 매리엔은 각각 '이성'과 '감성'적인 성격의 특징을 소설 속에서 대변하고 있다.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성격인 맏딸 엘리너는 내성적이며 도덕적인 청년 에드워드를 사랑한다. 그런 반면에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동생 매리엔은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청년 월러비에게 첫 눈에 반해 모든 순정을 바치며 열정적인 연애를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두 주인공을 통해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감성'적 성격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그리고자 했다.
우리가 보통 '이성적'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대단히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바탕위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를 의미하고 '감성적'이라고 말할 때는 상대방의 마음과 입장을 잘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때 사용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머리는 '이성'을 가슴은 '감성'으로 비유해도 될 듯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상은 갈수록 감성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그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이성적인 사고를 갖게 하는 신문이나 책 등은 보지 않고 가슴에 직접 와 닿는 영상매체를 많이 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 감성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논리를 앞세우는 것 보다 설득력이 더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하여 정부는 사전에 사드의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인 통계와 사례 등을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반복적인 논란이 발생하지는 않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그렇게 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을 거라고 이해는 해본다.
반면 일반 국민들은 사드 배치 결정 반대 의견표현을 투쟁과 불법시위의 방법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평화적으로 정부에 의견을 제시했더라면 얼마나 당당해 보였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사드 배치 결정을 보면서 우리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충돌한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해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성과 감성은 서로 적대관계가 아니다. IQ와 EQ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듯이 말이다. 소설의 두 주인공에서 보듯이 이성과 감성이 적절하게 조화와 균형을 유지할 때에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이성'과 '감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쳐본다.
김영식 백석문화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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