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슈퍼마켓 빙과류 할인 전단 |
“골목상권이 대비할 방법이나 시간 필요”
빙과류 정찰제가 시행되자 대전지역 영세 슈퍼마켓들은 매출이 떨어질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평소 할인이 잦은 대형마트에 대응하고자 아이스크림이라도 저렴하게 팔았지만 이젠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고 호소한다.
9일 빙과업계에 따르면 실적 개선을 이유로 지난 8일부터 빙과류 정찰제가 시행됐다. 그동안 빙과류 판매는 2010년 오픈 프라이스제 도입을 통해 제품에 소비자가격을 표기하지 않고 유통업체가 판매가격을 정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골목상권에 있는 슈퍼마켓이나 중소 할인점은 ‘최대 80% 할인’, ‘아무거나 골라잡아 8개 1만원’ 등의 가격파괴 판촉전략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에 대응해왔다.
그 결과 식품산업통계정보에서 발표한 2016년 빙과류 소매점 매출비율에서 영세 슈퍼마켓의 점유율은 절반이 넘는 53%에 달했고 대형마트는 27%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제도의 시행으로 업체 간 점유율에 변동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전 영세 유통업체들은 대형마트보다 빙과류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없게 된 현실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동구의 한 마트는 빙과류 정찰제 시행으로 종전까지 만들어뒀던 빙과류 홍보 전단 2000장을 전량 폐기했다. 이 업주는 “가격이 결정돼버려서 더는 할인 홍보 의미가 없어졌다”며 “동네 슈퍼처럼 여름 장사가 곧 빙과류 장사인 곳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중구의 한 마트 업주도 “소비자들이 저렴했을 때의 가격을 생각하면 정가를 주고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겠느냐”며 “아이스크림을 통해 올렸던 매출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빙과류 정찰제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대전터미널점과 둔산점은 빙과류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에 0.1%였던 점을 고려하면 매출에 큰 변동폭은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가오동의 한 대형마트도 정찰제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 판매 전략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골목상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혜욱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경제에서 빙과류 역시 자율경쟁 체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분명한 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골목상권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이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식 기자 kds19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