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갈등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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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갈등의 끝은 어디일까

  • 승인 2016-08-09 13:40
  • 신문게재 2016-08-10 23면
  •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어느 모임에서 느닷없는 질문을 받았다. “사드(THAAD)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무나 시끄럽고 너무나 다른 얘기들이 난무하고 있어 내 생각을 보류하고 있던 터라 잠시 당황했다. 신문과 TV를 열심히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자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군사전문가와 정치가들의 주장이 너무나 달라 평범한 상식만 가진 사람으로서는 주관을 세우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 시국에 중국으로 달려간 '초짜'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곱게 봐주기 힘들다. 조금 심하게 표현한다면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신문을 펴면 우리 사회의 갈등하는 모습만 주로 비친다. 근래에 와서는 그 갈등이 더 커진 것을 느낀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검사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마저 갈등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으니, 우리네 범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올림픽이 열리고 있어도 양궁을 비롯한 몇 가지 종목에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기자와 선수들의 안전이 불안하고, 위생마저 불량하다는 소식에 우리 선수단이 그저 무사히 돌아와 주기만 해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이 어려운 시국을 타파할 영웅을 우리는 기대하고 있지만 고르디언의 매듭을 풀어낸 알렉산더 대왕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매듭을 푸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기본적인 과정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기의 역할을 잘 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국민이 똑똑해지면 조금씩 더 똑똑해지는 지도자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조금 더 국민의 의사를 살피는 정치와 행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는 지금과 같이 국론이 분열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반목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김정운 교수에 의하면 우리에게는 두 가지 욕구가 있는데, 무언가를 열심히 성취하고자 하는 '적극적 욕구'와 나에게 힘든 것을 피하려는 '회피 욕구'가 그것이라고 한다.

그는 설명하기를, 같은 공부를 해도 '네가 열심히 공부한다면 네 인생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기대의 격려를 들으며 공부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고 대학 못 가면 쪽박 차! 임마!' 라는 말을 들으며 공부하는 학생은 그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와 성취감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사드'와 관련된 갈등은 어느 편을 막론하고 '회피 욕구'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도 '회피'이고, 북한의 의사는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중국이 쌍심지 돋우며 덤벼드는 것도 '회피'에 해당한다.

적극적 욕구는 길게 봐야 하는 일에 적합하다고 한다. 공부를 할 때에는 회피욕구보다 적극적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과 같이 짧은 시간에 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회피욕구를 건드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의 문제가 몇 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단기간의 문제인지, 아니면 수십 년을 끌지도 모르는 장기적인 문제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오랜 시간 동안 바꿀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핵 위협이 얼마나 갈지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미·중 사이의 갈등보다는 더 빨리 끝날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범인(凡人)으로서 국가 간 문제를 깊숙이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전격적으로 배치를 결정하고 경북 성주를 배치 장소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외교와 안보 면에서 국민들에게는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렇지만 조금 더 기다리며 길게 보고 조금 더 '밀당'을 하면서 추이를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회피 욕구를 자극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명분과 그 명분에 합당한 방법을 쌓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웃음거리로밖에 남지 않았지만 한 때 나라를 뒤흔들었던 '광우병 사태'의 전철만은 밟지 않기를 빈다.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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