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전 조선 조정은 ‘폭염’을 어떻게 대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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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전 조선 조정은 ‘폭염’을 어떻게 대처했나?

  • 승인 2016-08-09 11:04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수백 년 전 우리 선조들은 요즘과 같은 폭염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폭염’이라는 단어로 검색해본 결과 총 6건의 국역과 22건의 원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 가능한 국역 6건에는 폭염으로 인한 조선 조정이 폭염에 대한 대책이 어떠했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중동 35년(1540년)의 여름은 유난히도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해로 기록되어 있다. 중종실록 93권, 중종 35년 5월 14일 을사 2번째 기사에 수록된 기록에는 중종임금이 폭염에 고생하는 백성들의 고충을 걱정하는 대목과 이들을 위해 기우제를 의논하는 문구가 나온다.

▲ 가뭄으로 갈라진 저수지 바닥(중도일보 DB)
▲ 가뭄으로 갈라진 저수지 바닥(중도일보 DB)


중종은 대신들에게 “내가 어제 비가 올 조짐이 있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했는데 오늘은 쾌청하게 맑기만 하다. 비가 조금 내려 티끌만 적셨다가 ‘폭양’이 내리쬐면 농사에 더욱 해롭다. 이런 때에는 마땅히 기도하지 않는 데가 없어야 한다. 어제부터 경들과 백관이 이런 ‘폭염’ 아래서 하루 종일 뜰에서 있었으니 노고가 대단하다. 술을 내리고 싶지만 지금 술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감히 못하고 있다. 근일 나도 이미 향을 피우고 묵묵히 빌었으니, 경들도 마땅히 마음을 다해서 비를 빌어야 한다”는 기록이 있다.

중종실록 93권, 중종 35년 5월 20일 신해 4번째 기사에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와 이에 대한 대책을 호소하는 홍문관 직제학 구수담 등의 상소문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비가 내리지 않아 지속되는 폭염 피해를 왕이 하늘을 향한 마음이 진실하지 못하여 가뭄이 지속되고 있음을 질책하고 임금이 하늘에 대한 마음을 의심하는 문구가 보인다. 이는 당시 왕권이 강하지 못했던 당시 조선 조정의 상황을 대변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상소문의 일부를 살펴보면 “영검스런 강과 산에 향(香)을 내려 두 세 번씩 빌고 또 빌었으니 이른바 규벽(圭璧)이 이미 바닥났어도 끊임없이 정결히 제사를 지낸다는 것과 같습니다. 감선 철악(減膳撤樂)하면서 정전(正殿)으로 나아가지 않으시니 이른바 하늘을 뇌정(雷霆)처럼 두려워하고 조심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도 하늘의 마음이 감동되지 않아 기름진 비가 오래도록 내리지 않으니 신들은 삼가 의혹스럽습니다. 이것은 전하께서 안으로는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이 진실하지 못하고 밖으로는 재변을 없애려는 정사가 실답지 못하기 때문에 가뭄이 점점 심하여 그치지 않고 우러러 빌어도 보답이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중략)

폭염에 대한 피해는 선조 36년 5월의 에도 기록되어 있다. 당시 기록은 “폭염으로 인해 농사가 망쳐질 것을 우려해 나라 살림에 대한 절약이 필요하다”는 호조의 보고가 있었다. 다른 3건의 국역 기록에는 피해기록은 없고 단순한 날씨에 대한 표현이 기록되어 있다.

폭염이나 가뭄,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임금이 덕이 부족해 일어났다고 생각했던 조선시대. 임금도 어찌하지 못했던 날씨가 국가 정책 전반에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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