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이야기] 쓰르라미가 울면 가을 오는 입추(立秋)라던데… 폭염은 이제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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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이야기] 쓰르라미가 울면 가을 오는 입추(立秋)라던데… 폭염은 이제 멈춰라

말복 앞두고 가을오는 문턱의 절기 맑은 하늘에 벼가 자라고 전어 잡혀

  • 승인 2016-08-06 23:40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계절은 늘 사람을 앞서간다. 봄을 스쳐 여름이 왔고 여름의 끝에 가을의 냄새가 묻어난다. 가을을 아직 시기상조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밤낮으로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우리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쉬이 짐작하지 못한다. 그러나 가을은 어느새 슬그머니 당신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7일은 가을이 시작되는 절기 입추(立秋)다. 몇 주째 폭염으로 모두 지쳤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오고 있다. 폭염은 절정이고 도저히 여름이 떠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가을 만날 준비를 조금씩은 해둬야 한다.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입추가 시작되면 서늘한 바람이 불고, 이슬이 내리고, 쓰르라미가 운다고 했다. 계절의 변화는 농촌과 어촌 등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농촌에서는 옥수수와 깨를 수확하고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는다. 원래 이 무렵 태풍과 장마로 인한 재해 수습을 하기도 하지만 올해는 큰 비도 장마가 없었다. 오히려 곡식들이 폭염 속에서 너무 메마르는 것은 아닌가 농부들의 마음은 애가 탄다.

반대로 어촌에서는 입추 무렵부터 전어를 잡아 올린다. 지방질이 높아져 고소하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성인병에도 좋다. 회로 먹고 구워먹는 전어 냄새가 솔솔 풍긴다면 분명 입추가 온 게다.

입추 날씨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옛 조상들은 기청제(祈晴祭)를 지냈다. 기청제란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이 계속되며 벼농사가 풍년이 되기를 비는 제사였다. 올해는 기청제는 필요 없어 보인다. 오히려 비가 조금 내려 불타는 더위가 잠잠해지면 좋겠지만 절기의 의미에 맞게 맑은 하늘을 기대하고 있을 농부도 있을지 모르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했다. 벼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소리가 개에게 들릴 만큼 속도가 빠르다는 것. 입추 속담만 봐도 우리의 조상들은 참 유머 감각이 있었다. 개가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듣고 짖는다니, 귀여운 발상이 아닌가.

입추는 8월초다. 수박과 복숭아, 오이로 여름내 부족한 수분을 채우고 풋고추와 깻잎, 고구마 대를 꺾어 비타민을 채우니 절정에 이른 여름에도 우리의 밥상과 참으로 풍성하다.

대부분 삼복의 마지막인 말복 전에 입추가 오기 때문에 도시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느끼기는 어렵다. 매일 반복되는 더위와 열대야. 모두가 힘겹게 잠든 밤, 조용해진 그 밤을 주목해보자. 친숙하게 들려오는 귀뚜라미와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들릴지 모른다.

‘가을이 오고 있어, 이제 여름은 끝났어.’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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