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죽음을 막을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이미 아동보호기관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집을 방문했었다. 하지만 가정사라고 못 박는 원영이 부모의 태도에 대응할 도리는 없었다. 아직도 한국은 아동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비교적 낮은 국가다. 아동폭력을 비롯한 가정폭력이 가정사라는 이유로 묵인되곤 한다.
아동학대의 80%가 부모에 의해 이뤄진다. 아동폭력이 가정사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명백한 이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5년 동안 아동학대로 아이가 사망한 22건 중 가해자가 살인형으로 확정된 사례가 겨우 2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은 대부분 폭행치사로 분류된다. 이번에도 원영이의 계모는 ‘말을 안 들어 가뒀지만 죽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전 같았으면 폭행치사로 분류될 만한 변명이다.
때문에 강력한 법 제정과 함께 인식개선으로 사람들에게 아동폭력의 심각성을 심어줘야 한다. 미국은 아동과 관련된 법안이 매우 엄격하다. 아동사망사건에 종신형은 선고되고, 정서적 폭력에도 징역 10년이 선고된다. 아이가 학교를 무단결석하기만 해도 부모소환제가 이뤄진다. 지난해 9월 우리나라에도 아동폭력특례법이 시행됐다. 이를 통해 아동폭력 신고의 범위가 늘어나고 처벌 또한 가중됐다. 늘어나는 아동폭력을 예방하고, 주저하는 신고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동폭력은 가정사라는 인식이 아직도 우리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래전부터 부모의 체벌이 사랑의 매라고 칭해져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동 체벌은 허용되어야 하는가?’는 논술 및 토론주제로도 자주 등장한다. 부모의 사랑의 매를 경험한 우리들은 ‘적절한 체벌은 이뤄져야 하지만 폭력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모호한 결론을 맺는다. 우리는 아동폭력으로 이어지는 아동체벌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다.
모든 문제들이 그렇듯 아동폭력 또한 단기간에 뿌리 뽑을 수 없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타국 사례를 참고하고 문제 해결방안을 탐색해야 한다. 더불어 체벌을 넘어선 아동폭력을 구분 짓고, 제 3자라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전민영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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