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비만증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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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비만증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 승인 2016-08-05 01:00
  • 이완순 소설가이완순 소설가
▲ 이완순 소설가
▲ 이완순 소설가
한국인은 편리와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너무 지나치다. 편리를 쫓아 살다보니 육체적 쇠락을 불러왔고, 가치에 몰입해 재물을 믿고 관계를 무시하는 세상이 되었다.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필요한 만큼만 관계를 맺으려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실질적 가치인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에 몰입함으로 화려함에 빠졌고 민족의 정체성마저 사라져 이제 속빈 강정이 되었다. 빈에서 태어나(1878-1965) 경건주의 시오니즘 운동을 폈던 철학자 마틴 부버(Martin Buber)가 지적했던 것처럼 현대인은 인격적인 관계인 “나와 너(I and Thou)"보다 비인격적인 관계인 ”나와 그것(I and it)"에 치중해 행복과는 먼 삶을 산다.

교환가치에 목을 맬수록 세상은 더욱 흉악해진다. 요즈음 SNS에 떠도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이런 세상에 살아도 되나 싶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초등학교 어린이의 가정사인데 인간이라면 차마 그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암 수술을 받자 남편이 어린 딸과 병든 아내를 방치한 채 곧바로 떠났단다.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곧 전이되어 2년 후 재수술을 받았고, 병든 몸으로 알바를 하며 버티다가 다시 2년이 지난 금년에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남편이 병원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았으며, 딸의 양육비조차 성실히 보내지 않아 거의 친정부모에 의지해 살았다고 한다. 남편의 부도덕한 행위에 화가 나서 이혼청구소송을 냈지만 사내가 이런저런 꼼수로 피해 다녀 아직도 법적으로는 부부라고 한다.



더 기막힌 것은 아내의 장례비조차 내지 않고 자기 친구에게도 아내의 사망소식을 전하지 않은 사람이 아내가 남기고 간 것들을 챙기기 위함인지 딸의 친권을 빌미로 처부모에게 딴지를 걸고 있다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엄마가 죽기 직전 2일 동안 아빠와 함께 산 어린 딸이 아빠와 할머니가 무서워 절대로 함께 살 수 없다고 하는데도 계속 억지를 쓰는 사위를 바라보는 장인 장모의 심정이 어떠할까 생각하니 너무 참담해 부아가 치밀었다.

아무리 관계를 무시하고 사는 세상이라도 이 어찌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는가? 가족을 부양하고 가정을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사내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밉건 싫건 아내가 암에 걸려 수술하자마자 집을 떠났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차마 인간으로 취해서는 안 되는 악귀 같은 행위이며 파렴치의 극치요, 사악함의 원형이다. 밉고 싫다가도 상대가 곤경에 처하면 가슴이 짠하고, 돕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 수컷의 본능 아닌가? 애증이 격하면 아내에게 등을 돌릴 수는 있지만, 어린 자식을 외면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자녀가 악한 행동을 해도 내 씨로 태어났으니 내 자식은 내가 책임져야한다.

하긴 아내의 이혼청구소송을 거부하면서도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지 않은 파렴치한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저리 무자비한 냉혈한과의 결혼생활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참담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암 발병은 결혼생활이 주는 스트레스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으리라고 생각된다.

이 모두가 비만증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모든 면에서 비만증을 앓고 있다. “콩밥 싸게 먹으면 똥 쌀 때 알아본다”고 너무 빨리 경제가 성장하다보니 관계를 무시하고 자유가 방종화한 서양문화 범람을 초래했으며, 편한 삶으로 지나치게 몸무게가 늘었다. 비만증은 과다 발한과 보행 장애, 호흡 곤란, 우울증뿐만 아니라 욕망에 미치지 못하는 삶이 버겁기 때문에 분노조절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자꾸 청장년층의 준법의식이 퇴락하는 것도 비만증으로 인한 무력감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므로 사법부가 바로 서야한다. 국민이 모두 인의(仁義)를 바탕으로 한 예(禮)를 중시하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고, 법질서준수와 의무를 다하는 사회가 되도록 보다 엄격해졌으면 좋겠다. 법조인이 “나와 그것”의 굴레를 벗고 “나와 너”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사회정화에 혼신을 다한다면 마틴 부버가 바라던 대화적 관계를 중시하는 세상이 된다. 그는 신과의 관계도 “I and Thou" 관계라고 했다.

/이완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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