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 시골 노인만 골라 자해공갈 벌인 일당 검거
전국 피해자 100명, 5억 뜯겨…“숨겨진 범행 더 많을 것”
▲ 경찰과 언론의 공분을 사 취재가 집중된 시골 노인 상대 자해공갈단원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공갈단원 4명을 구속했다. |
“진짜 나쁜 놈들이다. 반성의 기미는 눈곱만큼도 없고 어떻게 하면 빨리 나올까 궁리만 하는 것 같다.”
시골 노인들만 상대로 주거지 추적과 잠복까지 벌이면서 자해공갈을 주업으로 삼아 100여 명에게서 5억 원 상당을 뜯어낸 일당을 잡은 경찰이 이례적으로 검거 후에도 성을 냈다.
도시 젊은 부자들에게 수법이 통하지 않자 일당은 양심의 가책도 없이 시골 약자 노인들만 들쑤셨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운전면허 취소 후 재취득 시험 중인 60∼70대 노인 차량만 골라 고의로 부딪힌 뒤 무면허를 빌미로 협박하는 수법으로 2012년 4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96명에게서 4억 8000만 원 상당을 뜯어낸 자해공갈단 총책 최모(68)씨 등 4명을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했다.
또 같은혐의로 공범 1명은 불구속 입건했으며, 2명은 뒤를 쫓고 있다. 불구속한 공범은 이미 다른 건으로 교도소 수감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충남 예산과 충북 청주, 강원 강릉, 경남 밀양, 전남 광양 등 전국의 시골 노인들만 골라 범행했다. 면허 재취득을 위해 도로교통공단이나 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하는 피해자들을 미행해 주거지를 알아냈고, 치밀한 범행을 위해 이틀간 잠복하기도 했다. 일당 중 한 명이 고의로 백미러 등에 부딪히면 해결사 역할의 일당이 끈질기게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범행은 인적이 드문 노인들의 농촌 주거지 앞에서 주로 이뤄졌다.
심지어는 연출이 실패해도 범행을 강행했다. 피해자 강모(63·홍성)씨는 “차에 전혀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협박해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 200만 원을 빼앗겼다”며 “근근이 먹고 사는 입장에서는 너무 큰돈이었다”고 지난해 가을 사건을 회상했다. 무면허 운전을 한 약점이 있기에 신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강씨다.
경찰조사결과 공갈단은 한 노인에게 200만 원에서 1500만 원까지 뜯어냈다. 여성공갈단원도 2명 있었으며, 역할은 가리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농기계를 트럭에 싣고 일 나가는 농민들이었다. 공갈단은 “교도소에서 나왔는데 할 일도 없고 직업 구하기가 힘들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석정봉 광수대장은 “형사들이 부모님을 생각하며 피땀 흘려 범죄자를 쫓았다”며 “무면허 처벌을 우려해 신고를 하지 않는 점, 동종전과와 오랜 범행기간 등을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3∼4배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석 대장은 “경찰에 무면허 운전이 적발되면 반드시 처벌 받지만, 이런 사건의 경우는 단순 피해자로 분류해 처벌하지 않으니 적극 신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영우 광수대 경위는 “공갈범들이 도시에서 수입차 등을 물색해 용돈벌이 식으로 범행하다 통하지 않게 되자 순박한 농촌 노인들을 협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노인 상대 범죄가 심각하다고 판단, 관련 수사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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