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에 진열된 옥시제품 |
소비자의 날선 반응이 잦아든 것도 이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범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관련 제품이 대전 소비자단체의 강력한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골목상권에 자리 잡고 있다. 수많은 사상자를 냈지만 시간이 흘러 소비자 거부반응이 무뎌지면서 자연스레 판매대에 오르고 있다.
2일 오전 9시 대전 중구 유천동의 한 마트. 벽면 세 곳과 가로 3열로 구성된 매대 세제용품 코너에선 옥시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옥시크린과 옥시싹싹 등 관련 제품들이 판매대를 꽉 채우고 있었다. 옥시 제품 불매운동에도 판매하는 이유를 묻자 “동네슈퍼는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갖고 있는 건 다 팔아야 한다”며 “어디서 나왔는데 그런 걸 묻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전 10시 동구 가오동의 한 슈퍼는 옥시제품을 다른 상품에 묶어 판매하는 ‘1+1’형식으로 진열하고 있었다. 가게 점주는 “이렇게라도 해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며 “아예 공짜로 주는 거나 다름없지만 마음 한 켠은 찜찜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서구 일대의 상점 일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구석에 진열된 옥시제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따금씩 드나드는 사람들이 눈길을 주는 경우도 있었으나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무심히 지나갔다. 이날 지역 5개구 소규모 점포 총 13곳을 조사한 결과 10곳은 버젓이 옥시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옥시 제품이 판매되는 데는 소비자의 거부반응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서구의 한 마트에서 옥시 제품을 계산한 김모씨는 “옥시제품인건 알고 있다. 사람한테만 안 쓰면 되는 거 아니지 않냐”며 “창고 청소하는데 뿌려두기 위해 샀다”고 말했다. 중구에서 만난 옥시 구매자 박모씨도 “전 국민이 공분을 샀던 민감한 시기가 지나니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사그라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중에 옥시 관련 제품이 판매되자 불매운동을 주도했던 소비자단체는 상인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강조했다.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키운 것은 자정 노력이 부족했던 대형마트의 책임이 크다”며 “판매가 생계와 직결되는 동네 슈퍼나 마트는 불매운동의 강제성보다는 스스로 판매를 중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대식 기자 kds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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