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근희 대전보건환경연구원 보건부장 |
열심히 공부해서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하는 딸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부보다 자신의 미래를 더 고민하고 진로를 정하겠다며 '백수'로 지내는 아들을 둔 엄마로서 대한민국 상위 1%의 성적을 가져야만 들어 갈수 있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부모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부럽다.
그 학교 교정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목이 있다. 얼마나 오래된 나무인지 모르나 그 학교 학생을 굽어보며 학생들을 지키는 보호수 같은 그 나무를 나는 '효 나무' 라고 이름 지었다. 삶에 지치고 살아갈 '기'가 빠질 때, 그 나무 밑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다 보면 어느새 다시 열심히 살아갈 '생기'가 생긴다.
스무 살을 넘고도 방황하는 아들이 빨리 자기의 길을 찾기를 바라며 시름에 잠겨 거닐던 어느 날 '효 나무' 근처에 작은 나무 아래에 박혀있는 돌 비석을 발견했다. '짧지만 눈 부셨던 시간들. 나 여기서 벗들과 함께 영원을 살고 싶어라.' '98. 11. 27 고 ㅇㅇㅇ' 그 글을 읽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어떤 사연으로 어린 나이에 여기 잠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과학도로서 창창한 앞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살았을 그 학생과 부모를 생각하며 '그래, 건강하게 옆에서 속 썩이며 있어줘서 아들아! 고맙다. 이제 그만 방황하고 행복한 미래를 준비했으면 좋겠다'라며 혼잣말을 했다.
며칠 전 그 대학에서 박사 과정 3년차 학생이 스스로 삶을 달리했다는 소식과 연도별 같은 마음 아픈 사건에 대한 통계 보도를 보았다. 힘들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돌아가신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어른 한명이 돌아가시면 작은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고, 젊은이 한명이 세상을 등지면 인류 미래의 방향이 바뀌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학생들이 살아 있다면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가 더욱 눈부신 발전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그들의 부모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어떤 위로의 말을 떠 올릴 수도 없다. 미디어에서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 스트레스 클리닉 운영, 정신 건강 검진 등을 제안 했다. 물론 다 좋은 방법이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근본적으로 '효'를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님의 사랑을 진심으로 알게 되면 최소한 극단적인 선택은 피할 수 있을 것 이라는 믿음이 있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며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임을 깨닫는다면 본인의 목숨이 본인의 것이 아님을 스스로 알게 되고 스스로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느낄 것임 이 분명하다.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모든 사람은 누구나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다. 부모님과 사회, 국가를 비롯한 모든 주변사람들 '덕분에'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며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쌀농사 한 번 지어 본 적 없는 내가 쌀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유통을 시키는 '덕분'이다.
이런 근본적인 '생명존중과 감사'에 대한 가치 철학과 정신의 가장 근본은 '효'에서 대한 '앎과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은 우리 대전에 이토록 중요한 사상과 정신적 가치 철학을 연구하고 진흥시킬 '효문화진흥원'이 다음 달 개원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대전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속 '현대 효의 성지'가 되어 '인성과 생명존중의 중심도시'가 될 것이다. 개원을 하면 제일 먼저 딸, 아들, 조카들을 데리고 가서 아이들에게 '효와 생명 존중'을 스스로 느끼게 해줘야 겠다.
조근희 대전보건환경연구원 보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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