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그래도 사회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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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향만리] 그래도 사회는 밝다

[김선호의 人香萬里] 퇴직 후 시내버스를 이용하며…

  • 승인 2016-08-01 10:16
  • 김선호 전 한밭대 인문대학장김선호 전 한밭대 인문대학장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우리 사는 사회는 여전히 건강하고 밝다. 버스 안에서 어른들에게 선뜻 자리를 양보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그렇고, 승하차시 운전기사에게 인사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도 그런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요즘 들어서 각종 패륜적인 사건들을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되어 마치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 쉬우나 내 눈에 띄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그래도 우리사회에 밝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퇴직 후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바삐 서둘러 갈 필요를 느끼지 않고, 바삐 돌아갈 일도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인가 가수원에서 211번 버스를 타고 용문역 약속의 장소로 가는 중이었다. 중간 지점 정도의 버스 정류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올라타는 데 고3 아니면 대학 1,2년생 쯤 돼 보이는 청년이 운전기사님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것 아닌가. 놀라웠다. 이런 자랑스런 학생이 있다니?

실로 계면쩍은 일이지만 난 사실 운전기사를 비롯한 이 사회 어둔 곳을 밝게 만드시는 데 애쓰시는 분들께 40여 년 전부터 장소 불문 어김없이 습관적으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를 해오던 터였다.

근데 요즘은 오히려 버스 기사님들이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하며 승객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러나 승객들은 거의 무응답 하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아, 반갑게도 211번 버스를 이용하는 학생 가운데 미래가 청청한 자랑스런 학생이 있다니. 그는 버스에 오르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빈자리가 있는데도 경노석이기에 앉지를 않고 내 옆에 서 가는 것이었다.

▲ 김선호 전 한밭대 인문대학장, 수필가
▲ 김선호 전 한밭대 인문대학장, 수필가

마침 내 뒷주머니에 어느 문학지에 실릴 인성에 관련한 짧은 수필의 복사본이 있었다.

주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1, 말을 다스려라, 말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잘못된 입놀림은 사람을 상처내는 도끼와 같고, 잘못된 말은 결국 내 혀를 베는 칼과 같다. -명심보감-

2, 혼자 있을 때 삶을 점검하라. 은밀한 곳보다 더 잘 보이는 곳은 없으며, 아주 작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혼자 있을 때 신중하게 행동한다. -중용-

3, 남의 단점을 건드리지 말라, 남의 단점은 간곡히 감싸 주어야 한다. 만약 상대방의 단점 을 들춰내 남에게 알린다면, 이는 단점으로 단점을 공격하는 것이 된다. -채근담-

이런 명언들을 중심으로 적은 것들이었다.

슬그머니 옆에 서 있는 자랑스런 친구에게 잠깐 읽어보라고 건네줬다. 그리고 그가 읽기를 마치자 다시 돌려받으면서 바른 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젊은이 최고’라며 웃음을 별리(別離)로 헤어졌다. 물론 그 친구도 해맑은 미소로 답했다.

그러나 아쉬웠다. 어쩌면, 그 자랑스런 학생을 내 삶의 마감 때까지 못 만날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주소도 챙기지 못한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학생같은 자랑스런 젊은이들이 있는 동안 사회는 밝을 것이다.’

그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에 대고 속삭여주었다.

/ 김선호 전 한밭대 인문대학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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