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이 법은 2011년 6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입법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다. 우리 사회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청탁문화를 근절해 공정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당시 내연관계인 변호사로부터 금품 수천만원을 받은 ‘벤츠 여검사 사건’이 알려지며, 청탁과 뇌물 근절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년 8월 16일 김영란법 제정안을 발표한다. 공직자가 직무관련자로부터 100만원이 넘는 금품·향응을 받거나 요구하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사회 곳곳에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탁·금품수수 규제 기준이 모호하고, 일상생활에서 사찰이 일반화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김영란법은 찬반논란을 거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인과 사립교원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경우 이를 신고토록 한 조항과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의미가 정확하지 않은 점,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과 외부강의 사례금의 구체적인 액수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도 논란거리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8일 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동안 논란이었던 쟁점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9월 28일 본격 시행된다. 제정안이 처음 발표된지 1505일만이다.
주요 쟁점별로는 헌재는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포함한 것에 대해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그동안 언론과 사립학교 교육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언론과 교육이 공공성이 인정되고, 자체 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맞서왔다.
재판부는 “언론과 교육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라며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배우자 금품수수 신고 의무는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조항이 헌법의 연좌제 금지와 형벌의 자기책임 원리에 어긋나지 않고,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수수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그 제공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은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신고와 제재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정청탁 등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점과 허용되는 금품, 외부강의 사례금 등을 대통령령에 정한 것에 대해선 각각 전원일치 합헌, 5 대 4 의견으로 합헌 판정했다.
재판부는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형법 등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으며, 입법 과정에서 직접 개념을 정의하는 대신 14개 분야의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구성요건을 상세히 규정하게 됐다”며 명확성을 인정했다.
이어 “외부 강의 등의 사례금이나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와 선물, 음식물 등의 가액은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으므로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 합헌 결정으로 법제처 법제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시행령 제정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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