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까지 문화동 csl코칭센터서
“‘낭랑’이 밝은 뜻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어두운 의미도 있어요. 18살 저희가 가진 밝은 모습 이면에 있는 입시, 학업 등 힘든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지난 22일 오후 중구 문화동 csl코칭센터에서 전시회를 준비 중인 이태란(고2ㆍ여) 양이 ‘낭랑18세’라는 전시이름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전신일여고 2학년 여섯 명(배한나, 육예림, 윤한나, 이신영, 이태란, 최지원)으로 구성된 ‘갈치잠’팀이 오는 30일까지 ‘낭랑18세’전을 개최한다. ‘좁은 공간에 모로 끼어 자는 잠’이란 뜻의 갈치잠은 좁은 공간에 각각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뜻한다. 올해 1월 갈치잠 1기 팀이 전시한 데 이어 갈치잠 2기 팀이 전시에 나섰다.
전시 시작 하루 전인 이날 4명의 학생들은 전시장 정리와 작품 전시를 위해 바쁜 모습이었다. 분홍과 연둣빛으로 꾸며진 화사한 느낌의 2층 전시장과 낮은 조명에 흰 천으로 공간이 분리된 3층 전시장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낭랑18세’하면 떠오르는 밝은 이미지와 입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정처 없이 떠도는 낭랑(浪浪)한 상태를 각각 다른 느낌으로 표현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과 고민을 작품으로 그려냈다. 육예림 양은 상처투성이인 발레리나의 발을 파스텔톤으로 화사하게 그린 작품을 전시한다. 육 양은 “미술을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자유롭겠다’ ‘공부 안해도 되겠다’ ‘재밌게 살겠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런 시선이 힘들고 상처가 될 때가 많다”며 “그 이면에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소감도 다양했다. 생의 첫 전시를 기획한 최지원 양은 “그동안 입시 미술에만 집중하면서 내가 그렸던 내 그림은 없고 입시만 있는 것 같았는데 전시를 준비하면서 내 그림을 찾고 그것이 나아진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배한나 양은 “갈치잠 1기 이후로 두 번째로 참여하는데 준비 기간 동안 쉽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아서 만족한다”며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후배들과 갈치잠 전시를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앞서 20대 코치단으로 구성된 인생기획소에서 색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학생들의 뜻을 모아 전시 공간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후방에서 학생들을 도운 민병수 코치는 “학생들 스스로 협의를 거치면서 여기까지 전시를 끌고 온 것이 대견하다”며 “각자가 도전하고자 한 것들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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