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뭐든 적당한 것이 좋다고들 하지만 여름은 아낌없이 쏟아낸다. 봄을 기다림의 계절이라 말했었다. 여름은 아낌없는 주는 계절로 부르자. 7월22일은 24절기 가운데 대서(大暑)다. 한자 뜻 그대로 크게 덥다는 절기다. 어느덧 여름의 절기는 마지막 순번이다. 절기로 따져보면 1년의 딱 절반에 와 있는 셈. 중복과 말복이 남았지만 여름은 무더위 속에서도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듯하다.
염소의 뿔도 녹인다는 여름 무더위의 절정
대서에는 '염소 뿔도 녹인다'는 속담이 있다. 염소의 뿔을 녹인다니, 도대체 얼마나 덥다는 뜻일까. 시기상으로 초복과 중복의 중간쯤에 있으니 삼복더위의 중심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불볕더위와 폭염,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온갖 더위를 설명하는 단어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올해도 대서 무렵 일주일 내내 폭염주의보를 발효됐고, 밤마다 열대야에 잠 못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
농촌에서는 대서 무렵이면 논밭의 김을 매고, 잡초를 베어낸다. 하루사이에도 불쑥 자라는 잡초를 잘라서 퇴비로 만든다. 여름볕에 자라는 옥수수와 고추밭을 오가고, 참외와 수박을 새참으로 먹으며 수분과 당을 보충한다. 대서 무렵 여름 제철과일이 가장 맛있다.
여름밥상은 어느 계절보다 풍성하다. 오이소박이와 호박잎과 양배추, 보리밥, 가지와 오이냉국, 깻잎과 콩잎장아찌… 그리고 잘 익은 갖가지 과일까지. 또 여름철 별미인 팥빙수와 미숫가루, 수박화채. 색감도 알록달록, 맛도 각양각색. 입맛 없는 여름철이라고 하기엔 먹을 것이 넘쳐난다. 너무 덥지만 않다면 여름이 내내 머물러주면 좋으려만.
여름에는 조상들의 더위를 피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죽부인. 바람을 안고 잔다는 의미로 대나무를 얽어 안고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온몸의 더위를 식혀준다. 원두막과 정자, 탁족과 등목, 평상 등 현재까지도 이어져오는 귀한 문화다.
대서는 가장 더운 절기지만 인간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시기다. 이제 반쯤 왔다. 절기도 계절도. 아낌없이 주는 여름 안에서 우리는 행복하다. 올해는 비도 더위도 이정도로만 머물다 가줬으면.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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