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두통, 신(神)이 내린 축복

[공감 톡] 두통, 신(神)이 내린 축복

  • 승인 2016-07-22 01:00
  • 김소영(태민)김소영(태민)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아침부터 가느다란 송곳으로 머릿속을 찔러대는 듯한 통증에 미간 사이에 주름이 그려졌다. 나는 가끔 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한번 나타나면 적어도 이틀은 꼼짝없이 누워 쉬어야 나아진다. 심한 두통이 속까지 건드려 식사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죽으로 겨우 끼니를 때워야 한다. 이때 가장 많이 애용하는 건 벌건 배추김치를 쫑쫑 썰어 묵은 밥을 넣고 잔멸치를 넣어 끓인 김치죽이다. 이것이 그렇게 속을 달래 줄 수가 없다. 예전에 임신을 했을 때 즐겨먹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엊그저께도 심한 두통에 시달리면서 도대체 이 두통은 왜 생겨서 나를 이리도 괴롭히나하고 화가 났다. 콕콕 쑤셔대던 통증은 눈으로까지 내려와 눈을 뜰 수가 없어졌다.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침대에 누워 두통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두통이 왜 생기는 걸까? 어떨 때 생기지?’

내가 너무 활동량이 많아서 잠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신경 쓰는 일이 많아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기 때문일까? 곰곰 생각해 보니, 이 두통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오는 고통이 아니었다.

그럼 왜?
오히려 나를 쉬게 하고 몸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오는 하나의 선물과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야, 너 좀 쉬어야 할 때야’ 하며 몸에서 주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바꿨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쉬어 주기로…….

먹기 좋은 부드러운 음식을 골라 먹고 잠도 푹 자며 지냈다. 그랬더니 다른 때 보다 훨씬 빨리 회복이 되는 것이다. 그래, 나에게 오는 두통은 신이 내린 축복. 쉴 때 쉬라는 신호였던 것이다.

이솝 우화인 토끼와 거북의 경주에서 토끼는 달리다 말고 잠을 잤던 것이다. 경주에서 좀 뒤처지면 어떠랴? 건강이 최고인 것을. 옛날 우리 부모님들은 거북이처럼 쉬지 않고 일만했다.

토요일도 없었고 휴일도 없었다. 그 결과 평균 수명이 50을 좀 넘었다. 그러나 주 5일제가 생기고 일할 때 토끼처럼 열심히 일하고 쉴 때 푹 쉬는 요즈음 평균 수명이 80이지 않는가? 누군가는 의술이 발달해서 그렇다고 할지 모르나 쉬지 않고 일하고 신경쓰다보면 몸도 맘도 지치게 마련.

좀 다른 이야기지만 옛 이야기 한번 해보자.

어떤 나이 든 스승에게 항상 불평만 하는 제자가 있었다. 어느 날, 스승은 제자에게 소금을 사오라고 시켰다. 그리고는 제자에게 물이 든 잔에 소금을 한웅큼 넣고는 마셔 보라고 했다. 스승은 물었다. “맛이 어떠냐?”

제자는 침을 뱉으며 말했다. “짜다 못해 씁니다.”

스승은 제자에게 남은 소금을 맑은 호수에 넣으라고 했다. “자, 이제 호수의 물을 마셔보아라”

제자는 스승이 시키는 대로 했다.

“맛이 어떠냐?”
“아주 물맛이 좋습니다.”
“짠맛이 느껴지느냐?”
“아닙니다.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승은 제자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인생의 고통은 이 소금처럼 양이 정해져 있느니라. 단지 고통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크기에 따라 고통의 강도가 결정되지. 그러니 고통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넓게 가져라. 잔(盞)이 아니라 호수만큼 크게 말이다.”

짠맛의 유무(有無)는 물이 담겨있는 그릇의 크기에 달려 있다. 우리 인간사도 그렇다. 거북이처럼 쉬지 않고 일만하면 몸에 무리가 와서 결국 병원신세를 지게 마련이다. 왜 우리 부모 세대는 쉬지 않고 노력만 하는 거북이를 본받자 하였을까? 토끼처럼 일 할 땐 하고 쉴 때 쉬는 현명함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나는 세상에서 신축성(伸縮性)이 큰 것은 호수나 바다가 아닌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면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지게 되고,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지게 되면 모든 불행과 시련이 몰아닥친다 해도 큰 파도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어제 선물 받은 시집 속 자신의 통증을 큰 그릇에 담는 법을 알리는 시 하나를 발견했다.

하늘의 또 하나의 선물일까?

55병동 최송석
차단된 시간 위에 놓인 불꽃. / 간이역 같은 병동은
거치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는 곳인데
세월이 번번이 육신을 끌고 들어와 / 속속들이 수색을 한다.
모진 것들이 속을 파고드는 통증 속에 / 존립의 존재는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황을 어찌 할 것인가는 거의 자율이 아니다.
- 하 략-


/김소영(태민) 시인

▲ 김소영 시인
▲ 김소영 시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1.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