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형진 대전시어린이회관 아이누리 관장 |
영유아기에 전자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을수록 추후 삶의 질(또래 관계, 정서문제, 자존감, 가족기능 등)이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어,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2살 미만 유아에게는 디지털 기기를 보여주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부모들은 스마트폰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면 아이들의 울음과 짜증이 금세 잦아든다는 이유와 본인 스스로 아이들과 잘 놀아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의 환경 및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자라난다. 과연 이렇게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자라게 둬도 괜찮을까?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은 디지털 기기에서 우리 아이들을 떼어놓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없이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 어른과 지역사회의 몫이다.
대전시는 과학, 문화, 복지의 융·복합을 통한 미래지향적인 설계를 통해 여성과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오월드, 대전교통문화센터, 대전어린이회관을 등을 설립해 어린이들의 문화생활을 장려하고, 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대전어린이회관은 2009년 설립 이후 대전 지역뿐만 아니라 세종특별자치시, 충남, 충북도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개관 7년 만에 누적 이용객 2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대전어린이회관이 이렇듯 많은 시민과 도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신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 디지털 기기 환경 속에 자라나는 아이들은 놀잇감이나 정서를 공유하는 경험이 적어 사회성 결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전어린이회관은 아이들이 손으로 직접 놀잇감을 쥐어보고, 자신의 의지와 힘 조절에 따라 반응하는 것을 바라보며 '신체적 효능감'을 맛볼 수 있게 도와준다. 또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은 놀잇감을 공유하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려와 나눔을 배운다.
2014년 확장 개관한 대전어린이회관의 사계절 상상놀이터는 체험형 놀이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몸 전체로 건강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돕는데, 여기서는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신나게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부모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유롭게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은 사실 많지 않다. 아파트 거주율이 높은 만큼, 아이의 첫걸음마를 기뻐하는 동시에 아래층과의 불화를 걱정하는 부모가 많고, 이웃의 피해가 갈까 한참 소리 지르고 뛰면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조용히 놀기를 권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한마디 청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대신 제대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여름방학을 앞두고, 아이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 걱정인 부모가 많다고 한다. 마침 대전어린이회관에서 200만 명 돌파를 기념하며 입장료 할인 및 다양한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걱정인 부모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름방학 숙제를 놀면서 완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전형진 대전시어린이회관 아이누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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