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임강빈 시인을 추모하며
박헌오
‘바람을 만지작거리다’ 설레어 떠난 여행
아픔까지 빠져나간 적막강산 날아올라
천진한 눈물 뿌리며 멈칫멈칫 가시네요
철따라 흐르다가 쓸쓸히 피어나는―
피어나는 외침보다 강열한 침묵으로
저 금강 시(詩)가 되시어 팔짝팔짝 뛰시는……
쓰러질 듯 서있는 집 빗물고인 항아리
고독해서 시를 쓰고, 시를 써야 스스로 있는
충청도 해바라기 얼굴 한글 가득 웃는 세월
다 들킨 시어들이 부끄럽다 말은 해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한 시인으로
살아온 육십년의 고백 뻐꾸기가 울어줘요.
그토록 연모하던 초록빛 바람 되어
떠나신 고향에는 새싹 트고 또 꽃이 되는……
선생님 외로운 시(詩)가 신방을 차리네요.
너무 심심한 하늘에 시어(詩語)를 뿌려줘요
빙긋이 웃는 별은 또 한편 써놓는 시(詩)
저승도 행복에 겨운 시성(詩聖)의 삶 누리소서.
박헌오 전 대전문학관장이 지난 16일 86세의 일기로 별세한 원로 임강빈 시인에게 추모시를 헌시했다.
고 임 시인은 1956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해 시집 ‘당신의 손’, ‘동목’, ‘매듭을 풀며’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했다. 지난 달에는 생전 마지막 시집 ‘바람, 만지작거리다’를 펴냈다. 2002년 제1회 정훈문학상, 1998년 제3회 상화시인상, 1996년 제1회 대전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1952년 청양중 교사로 시작해 1996년 대전 용전중 교장으로 퇴임했다.
유족과 지역 문인들의 뜻에 따라 문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건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8일 오전 9시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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