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와 닮은 시(詩)로 세상과 대화하는 이제니 시인이 대전을 찾았다. 지난달 29일 중구 대흥동 커피맨션문장에서 열린 시인의 낭독회에는 40여명에 가까운 독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대전 방문이 처음인 시인은 “좋아하고 아끼는 손미 시인과 늘 배우는 박진성 시인이 초대해줘서 고맙게 왔다”며 “요즘은 일 때문에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 시인은 “시집을 두 권 낸 현재 지치는 상황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궁지에 몰린 것 같다”며 “어떻게 쓸지 고민하면서 시집 한 권 분량의 시를 썼는데 내년쯤 출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낭독시집은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문학과지성사)로 지난 2014년 나온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첫 번째 시 낭독은 세종시에서 온 40대 독자 구민경(여)씨가 '잔디는 유일해진다'를 읽었다.
사회를 맡은 박진성 시인은 “특정 단어와 문장이 반복되는 건데 어색하지 않게 잘 쓰는 건 독보적”이라며 “반복에서 위로의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 시인은 “반복하는 건 말투 자체이기도 하다. 같은 단어를 반복했을 때 우리가 알던 뉘앙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단어가 되기도 하는데 순간의 언어를 붙이는 느낌이 있다”며 “주문을 걸 듯 단어의 뜻을 벗어나 소리의 결을 따라가며 시를 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인이 '나선의 감각-역양'을 낭독했다. 6장 반이 넘는 긴 분량의 시를 느린 속도로 읽어 내려갔다. 낭독 후 시인은 “'역양'이란 단어는 사전에 없는 단어인데 문득 머릿속에 그 단어가 떠올라 쓴 시”라며 “희박하지만 문장이 나선 모양으로 흘러가면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선의 감각 시리즈를 한 번에 다 읽어도 되고 각 편씩 읽어도 되는데 그러다 다시 첫 번째 시를 읽으면 이어지는 게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생명과 에너지를 본성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이 나선과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속해 독자들이 '수풀로 이파리로'와 '달과 돌'을 낭독한 데 이어 다시 이 시인이 '나선의 감각-음'을 읽었다.
이날 강혁 갤러리 일리아 대표는 이 시인의 시를 읽고 떠오른 자신의 작품 두 점을 시인에게 선물했다.
이 시인은 이날 독자들을 위한 미니 콘서트도 열었다. 직접 만든 자작곡과 시에 가락을 붙인 곡 등 총 3곡을 기타 연주와 함께 들려줬다. 또 정성이 담긴 애장품을 증정했다.
한편 이날 열린 낭독회는 지역의 젊은 시인들이 만든 자리로 앞서 김소연, 황인찬, 이이체, 송재학 시인이 참여했다. 오는 9월에는 나희덕 시인이 함께한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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