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여름도 반할 물빛…자연의 선물 '일본 구로베 협곡'

  • 문화
  • 여행/축제

[여행]여름도 반할 물빛…자연의 선물 '일본 구로베 협곡'

시원하게 뚫린 열차를 타고 41개 터널·21개 다리 지나 여름의 푸르름에 빠져드는 길 에메랄드빛 가득한 호수와 유럽의 城 같은 수력발전소, 노천탕서 족욕하는 즐거움도

  • 승인 2016-07-07 11:52
  • 신문게재 2016-07-08 9면
  • 이성희기자이성희기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대자연을 탐험하는 일은 항상 흥미롭다. 위험스런 요소와 불안함 등이 내재해 있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도전정신은 항상 존재했다. 콜럼버스의 이런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아메리카는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시대에 그런 크나큰 도전정신을 요구하지도 않고 약간 편안(?)하게 대자연을 느끼고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의 구로베 협곡이다. 구로베 협곡은 일본의 도야마현에 위치해 있는데 협곡을 구경하려면 도롯코 열차를 타야한다. 열차는 우나즈키역을 출발해 게야키다이라역까지 가는데 거리는 20㎞로 통과하는 터널 수가 41개, 건너는 다리 수가 21개에 달한다. 토롯코 열차는 깊은 협곡에서 진행하는 공사현장에 장비와 물품을 배달하던 용도로 사용됐는데 지금은 관광객을 태우고 협곡 이곳저곳을 누비는 용도로 쓰인다. 토롯코 열차는 놀이공원에서 운행되는 기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객차는 오픈형의 등받이가 없는 일반객차, 등받이가 있는 릴렉스 객차, 특별 객차로 분류된다. 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우리는 오픈형의 일반객차를 탔다.

출발시간을 알리는 소리에 긴장도 잠시 활짝 웃으며 손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역을 출발해 얼마 지나지 않아 진홍색 철교가 보였다. 신야마비코라 불리는 다리인데 열차 소리가 메아리(yamabiko)가 되어 온천마을에 울린다고 해 그 이름이 붙여졌다. 조금 더 가니 에메랄드빛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2001년에 완공한 우나즈키댐으로 홍수 조정과 발전 등을 목적으로 축조된 댐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여기저기서 감탄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기관사가 들은 건지 원래 잠시 정차하는건지 열차가 멈춰 섰다. 사람들은 일어나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의 위대한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충분히 담았을 쯤 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조금 이동하니 유럽의 오래된 성 같은 건물이 나오는데 신야나기가와라 수력발전소 건물이다.

협곡이 주는 볼거리는 무궁무진했다. 원숭이들만 건너는 원숭이다리부터 만년설이 녹아 호수로 유입되는 모습 등등…. 열차는 깊고 울창한 협곡 사이를 달려 첫 번째 정차역인 구로나기역에 도착했다. 구로나기역은 온천으로 유명한데 산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약 20분 정도 올라가면 당일치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큰 노천탕이 나온다. 참고로 온천욕은 오후 4시까지다. 구로나기역에서는 몇몇 사람이 내려 온천으로 올라갔다. 승객들을 내린 열차가 다시 출발하자마자 아토비키 다리가 나왔다. 높이 60m, 길이 64m의 연선에서 가장 깊고 험한 계곡에 놓인 다리로 예전에 입산자가 너무나도 계곡이 깊어 뒷걸음질(atobiki) 친 것이 명명의 유래다. 그렇게 열차는 약 1시간을 달려 우리들의 최종목적지인 가네쓰리역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내렸지만 일부 관광객들은 종착역인 게야키다이라역까지 가기도 했다. 가네쓰리역에 도착한 우리는 지하도를 통해 산책코스가 있는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다음 열차까지 약 50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구로베 강 밑에까지 접근을 할 수 있다.

구로베 강의 맑은 물과 외진 곳에 있는 이름 없는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가 있다. 강변에서 솟아나는 노천탕이 인기인데 오후 4시 이후는 숙박자 전용으로 이용된다. 족욕을 위해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그니 따뜻한 느낌이 발끝에서 전해져 올라왔다. 여행의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자연이 주는 소중한 볼거리와 체험을 하고 다시 가네쓰리 역으로 돌아왔다. 열차시간이 조금 남아 역에서 판매하는 토산품과 간식거리를 구경하고 역 위에 위치한 가네쓰리 삼존상을 구경하러 올라갔다. 구로베 강의 범람을 막고 홍수로부터 하류에 있는 집들을 지키기 위해 안치한 것이다. 다시 열차에 오르자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역무원들이 환한 웃음과 손인사로 떠나는 우리를 배웅했다. 참고로 협곡의 볼거리는 대부분 우측에 있으며 추위를 타는 사람이라면 여름이라도 가벼운 겉옷 하 나를 챙기면 좋다. 오픈형 열차를 타고 터널을 통과하면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든다.

▲가는길=도야마역에서 지방철도를 이용해 우나즈키역으로 가면된다.

▲먹거리=우나즈키역과 주변에 우동과 카레, 돈가스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다.


글·사진=이성희 기자 token7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