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
그렇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많은 전문가들이 세계적인 불경기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에 찾은 책 하나에는 2015년부터 시작해서 5년 동안 무려 700만명의 은퇴자가 발생한다는 글이 있었다. 우리나라 전체 생산인구의 20%가 5년 내에 은퇴한다는 것이다. 그 은퇴자들이 대부분 내 또래의 사람들이기에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이대로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2100년에는 인구가 반토막 나고, 2400년에는 제2의 도시인 부산에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끔찍한 시나리오도 소개되었다. 한술 더 떠서 유엔 미래보고서에 의하면 2305년에 한국에는 남자 2만명, 여자 3만명만 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믿어지지도 않고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시뮬레이션에 의한 예측이기 때문에 황당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도록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해결책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의 배경에는 저출산과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가 있다. 젊은이들에게 빨리 결혼해서 자녀를 많이 낳으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책임있는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 이런 문제를 주도할 사람과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이 얘기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이민정책을 확대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민정책과 통일이 쉽고 시행 가능한 정책이라면 벌써 시행되었을 것이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거대담론에 많은 문제가 있다면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은 그동안 들인 공과 돈에 비해 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다문화정책을 이민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이 주장에도 동의한다.
무차별적인 이민정책은 장기적으로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고, 우리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이미 그 실례를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기에 단계별로, 조심스레 확대해 자가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비용 대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이미 많이 들어와 있고, 한국 사회에 정착한 다문화가족의 친인척들부터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다. 이미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닦은 친척들이 있어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이민자들보다는 훨씬 사회 적응이 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금산군다문화협동조합(회장 김영섭)은 7월 15일에 토론회를 주최하여 가칭 '다문화가족 친·인척 우선 취업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이미 외국인 200만 시대가 열려 있고, 단일민족 운운 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멀리 가 버렸기에 국수(國粹)적인 닫힌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효율적이고 순조로운 이민정책의 필요성은 단순히 다문화가정을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다. 이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고 동화되는 길을 찾아주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며, 30년 후 사회 갈등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선투자(先投資)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김호택 연세소아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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