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퇴한 박찬인 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이어 잇단 보은인사의 씁쓸한 퇴장이다.
4일 유성문화원과 지역 문화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1일 자로 유성문화원 윤 모 사무국장이 해고됐다.
해고 사유는 업무 태만과 지시 불이행 등 네 가지다.
해당 사무국장은 지난 2014년 공모를 통해 3년 계약직으로 사무국장직을 맡았다. 문화원 업무를 비롯해 문화정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던 윤 전 사무국장이 직책을 맡았던 데는 허태정 유성구청장의 선거를 도운 공신으로서 보은인사 성격이 짙다.
문제는 윤 전 국장이 업무를 익혀 정책을 실현하는 데 힘쓰기보다 외부활동에 더 많은 비중을 뒀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윤 전 국장이 정치에 뜻을 두고 있어 문화원보다 그 외의 것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이로 인해 최재각 유성문화원장과도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고 결국 최근 인사위원회를 통해 해고 조치됐다. 3년 계약기간이 끝나도 통상 재계약이 이뤄지는 지역 문화원에서 이같은 ‘해고’ 결정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역 문화계는 이번 사태를 두고 선심성 보은인사의 부정적인 면을 지적했다. 이어 분야에 대한 전문성 없이 선거를 도운 측근을 자리에 앉힌 그동안의 선례를 비난했다.
문화원 관계자 A씨는 “각 문화원이 구청에서 운영비를 지원받다 보니 구청 눈치를 보는 게 많다”며 “문화원 직원 중 한두 명은 선거 공신을 자리에 앉히는 게 관례처럼 됐는데 이것부터가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유성문화원은 원장과 사무국장이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는 모양새가 잘 안됐던 것 같은데 업무 전문성이 없는 정치권 인사가 들어오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 부딪힌 것 같다”며 “구청뿐만 아니라 시청에도 비일비재한 일인데 해당 분야의 능력을 고려해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B씨는 “계약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해 안타깝고, 앞으론 이같은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누가 어떤 자리에 앉든 능력을 갖추고 분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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