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빈 토플러/사진=연합db |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난 27일(현지시간) 타계했다는 소식이 30일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이 많았다. 같은 날 이건희 사망설이 퍼지면서 또 한번 전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즉시 이건희 회장 사망설에 대해 공식 부인하면서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
학자와 기업인으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두 사람 다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은 남달랐다. 책 ‘제3의 물결’로 미래 지식정보화시대의 도래를 정확하게 예측했다면, 이건희 회장은 20대 초반 1966년 10월 동양방송에 입사한 후로 기업인으로서의 빛나는 능력을 보였다. 이병철 회장의 반대에도 한국 반도체를 인수해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 키운 것이 지금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다. 반도체산업의 성장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
▲ 이건희 삼성 전 회장/사진=연합db |
토플러와 이건희 전 회장은 같은 해, 같은 시기에 한국의 교육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2007년 6월 토플러가 방한해 ‘청소년 독자와 만남’의 자리에서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지적하며, 이것이 한국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경고를 했다. 이 날 이건희 전 회장도 천재 양성을 위해선 획일적인 교육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충고를 했다. 시대를 이끄는 두 거목이 똑같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교육 문제’를 짚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교육제도는 별반 나아지진 않았다. 창의력보다는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책과 씨름하게 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다시 방문해도 지적될 문제로 남았다.
미래에 대한 길을 제시해줬던 앨빈 토플러는 떠났고, 이건희 전 회장은 2014년 5월 10일 호흡곤란증세로 쓰러진 후 오랜 시간 병석에 있다. 시대를 이끌어 가는 거목들이 하나 둘 쓰러질 때마다 안타깝다. 세계 경제위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 지금, 그들의 거침없는 조언이 새삼 그리워진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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