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통해 생리대 지원 ‘눈길’
70대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10대 A양(대전)은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생리기간만 되면 고통에 시달린다. 1주일 용돈 3000원 미만인 A양에게 생리대는 사치로 다가온다.
자주 생리대를 갈 수 없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까 등교가 무섭기까지 하다. 1주일에 40~50개를 써야하지만 손에 쥐어진 돈으론 마트에 갈수조차 없다. 양이 많던 날, A양은 혹여 라도 냄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 받을까 막막했다. 며칠간 생리대 하나로 버티던 A양은 결국 학교를 결석했다. 학교를 더 이상 빠질 수 없자 A양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천이다.
빈민국가의 얘기가 아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 달마다 걸리는 ‘그날’, 대전지역의 한 저소득층 청소년이 겪은 가슴 아픈 사연이다.
여학생이라면 누구나 쓰는 생리대 가격이 어떤 이에겐 사치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청소년 시기에 여자 아이들의 생리기간은 5~7일로, 성인보다 주기가 길어 소모되는 생리대 양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제 저소득층 여자 청소년은 더 이상 생리 때문에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
이마트가 지난 15일 여성가족부와 협약을 맺고, 전국 202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생리대를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협약 이후 현재 대전지역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3곳엔 40개들이 12팩이 각각 전달됐다.
필요한 아이들에게 월 1팩(40개) 씩 마음 편하게 생리대를 쓰도록 했으며, 각 센터 사무실에 보관함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생리대가 부족할 땐 각 센터에서 여성가족부에 요청하면 된다. 여성가족부에서 수량을 파악해 이마트에 전달하고, 센터 인근 이마트 점포는 센터에 생리대를 보충한다.
대전지역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여자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생리대 지원에 큰 힘이 됐다. 대전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지원받은 생리대가 부족하면 자비로 구입하는 등 여자 청소년들에게 쓰이는 생리대 값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김민숙 서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소장은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생리대 때문에 고통 받지 않도록 지원이 절실하다”며 “여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이마트는 1차로 3년간 지원을 펼치며, 그동안의 지원성과를 분석해 지원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하는 취지에서 지원하게 됐다”며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청소년들이 편리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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