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캐머런 총리의 잘못된 국민투표 결정이 낳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세계화 추세 특히 유럽 단일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서 나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세계화에 대한 반발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전개되어 왔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났던 잦은 반세계화 시위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미국 대선주자 트럼프의 이민자에 대한 불만 표출과 이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지지도 세계화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계화는 각 나라들 사이에 상품과 노동은 물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투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더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세계화를 옹호한 사람들은 이를 통해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투자자 모두가 생산성 향상과 수익 증대의 이익을 누릴 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와 세계 경제가 모두 더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으며 국민소득도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중국이나 인도의 최근 국민소득 증가와 빈곤율 감소를 그 성공의 예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세계화가 경제성장이나 국민소득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며, 오히려 소득불평등의 증가와 금융위기와 같은 불안정만 더 강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세계화 이후 주요 선진국의 성장은 이전보다 개선된 것이 없으며, 소득불평등과 실업은 그 이전의 어느 시기보다 더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본 자유화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일상의 일처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여러 경제현상을 보면, 세계화는 장점보다 문제점을 더 크게 드러내는 것 같다. 1990년대 이후 소수의 신흥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경제성장이 그 이전에 비해 더 지체되고 있으며, 선진국 대부분에서 소득불평등과 경제불안정은 더욱 심화되어 나타났다. 그 결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소득불평등 및 실업 증대와 관련이 있는 이민문제와 인종문제가 더욱 큰 사회적 갈등으로 부각되는 결과를 낳기조차 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결과는 이러한 세계화의 와중에서 나타난 것이다. 투표결과가 유럽연합에 대한 분담금이나 연합 내에서의 영국의 정치적 위상 저하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국내의 소득불평등 증가와 실업 증가에 대한 반발로서 나온 것이다. 세계화의 이익을 보고 있는 고소득층이나 금융활동 거주자 지역인 런던에서는 유럽연합 잔류 희망이 더 컸던데 반해, 그리고 세계화의 문제점만을 떠안고 있는 저소득층과 공업활동 거주자 지역인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탈퇴 희망이 다수를 차지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브렉시트가 미국의 트럼프 선거운동처럼 고립주의나 인종주의로 전락하게 된다면, 이는 1914년 이후 세계화의 갈등으로 나타났던 세계전쟁 및 대공황과 같은 인류역사에 불행한 또 다른 일을 낳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세계적 차원에서의 저성장과 실업문제, 소득불평등 문제를 다시 검토하는 계기를 만든다면 인류발전을 위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현재의 세계화의 모습을 당연한 '사물의 자연적 경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국의 노동자와 이민자가 상생하면서도, 세계적인 성장 안정과 소득불평등 완화를 증대시킬 수 있는 세계적 협력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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