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경 유성구청소년지원센터 사무국장 |
큰 덩치에 예리한 눈매를 가진 P군의 눈가에 촉촉한 물기가 어린 눈망울에 실망과 서운함이 가득차 올랐다. P군을 붙들고 펑펑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장난이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했고 행여 과한 장난으로 피해 신고가 들어가면 폭력과 협박의 전적을 가진 P군의 장래에 분명 어려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혼을 냈다.
P군의 서러운 눈물의 의미를 너무 잘 안다. 늘 그런 아이, 사고 치는 아이, 행동이 거친아이, 아무 짓을 안했는데 그렇게 낙인이 되는 아이, 사고 뭉치라서 학교를 짤린 아이. '아, 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순간 머릿속에 섬광이 비쳤다.
P군은 소위 낙인의 피해자고 자신을 죄고 있던 낙인의 올무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고 힘을 냈을텐데 어찌 보면 그동안 노력한 결과가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 주는 사람이었을 센터선생님조차 낙인을 찍었으니 얼마나 서운하고 서러웠을까. P군은 다행히 회복 탄력성이 높아진 상태여서 선생님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을 받아주고 스스로 지나친 장난을 하지 않겠다고 반성하며 훈훈하게 끝이 났다.
곰곰이 생각하면 이 훈훈한 이야기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 대한 좀 더 세밀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 한 해 6만명 정도가 학교 밖으로 나온다. 국가 차원에서도 책임 의식을 느끼고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법률이 만들어지고 지난해 약 200개소 정도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센터 꿈드림이 생겼다. 대전시에서도 유성구, 서구, 시센터 세 군데가 개소됐고 만 9세~만 24세 까지의 학교 밖 청소년 대상으로 학습, 상담, 동아리, 진로, 자립지원을 목표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발생 요인으로 학교 부적응과 건강, 가정환경, 학교폭력피해자, 대안교육 등으로 발생되는 학교 밖 청소년이 있고, P군처럼 학교 폭력 가해자로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요인으로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정된 인력으로 매우 부족하다. 내신 1·2등급을 맞았던 학교 밖 청소년은 높은 학습욕구를 채우는 수능대비 프로그램이나 대입정보가 필요하고 노는 것이 더 좋은 학교 밖 청소년은 어울려서 신나게 뛰어 놀 공간과 프로그램이, 취업이 필요한 학교 밖 청소년은 취업정보나 직업체험을 제공해야하며 금연지원 서비스, 상담서비스 등 다양한 욕구에 맞춘 서비스 제공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계와 부족함을 느낀다.
P군과 같이 사법형 학교 밖 청소년으로 법적인 조치를 받고 있다면 보호관찰이나 재판이 끝나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 학교 폭력 가해자일 경우 센터에 다니는 학교폭력 피해자로 학교 밖으로 나온 청소년과 부?히지 않도록 긴장해야 하고 별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도 유형별에 맞춘 센터가 필요 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천종호 법'으로 유명한 사법청소년 대상인 회복 청소년센터도 좋은 모델이다. 학교 밖 청소년의 다양한 요인과 욕구에 맞추려면 꿈드림 센터가 모든 해결책인 것처럼 굳어지면 안된다. 꿈드림 개소 이전부터 활동 했던 6개 쉼터의 대안 프로그램, 도시형 대안학교, 청소년야간학교 같은 야학 단체, 검정고시지원협회, 학교 밖 청소년 자발적 네트워크, 대안교육센터 그리고 뜻있는 시민 단체의 대안적 활동이 연대 한다면 자율적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학교 밖 청소년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을 어느 한 기관의 서비스 대상자가 아닌 '우리 아이는 우리가 함께 돌봅시다!'하는 의식이 생겨나고 실천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왜냐하면 학교 밖 그리고 학교 안 상관없이 청소년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해경 유성구청소년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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