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27일 대전 동구 골령골 추모공원에서 열려 전연순 금비예술단원이 진혼무를 추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 “아버지는 전기 기술자로 지금으로 따지면 한국전력 같은 곳에서 근무하셨대. 어느 주말에 갑자기 이유도 모르게 끌려가 유치장에 갇히셨는데 사라지셨다는 거야. 당시 갓난아기였던 내게 어머니가 말해주셨어” 광주에서 올라오신 문규연(68) 할아버지의 아버지 회상 얘기다.
# “아버지가 수감된 후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았대. 그런데 아무도 설명을 해주지 않았어. 50년이 지난 2000년이 돼서야 판결문이 잘못돼 이 곳에서 사살된 것을 알게 된거야”전숙자(69) 할머니는 당시 아버지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지난해 소송 끝에 무죄를 증명했다.
1950년 6월 27일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예비검속된 보도연맹원 7000여 명이 산내 골령골에서 군과 경찰에 불법으로 처형됐다. 하지만, 이들 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513명 뿐이었다.
66년이 흐른 뒤 학살 피해자들의 유골이 묻혀있는 이 곳에서 그들을 위로하는 17번째 추모가 울려퍼졌다.
27일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는 대전 동구 옛 골령골에서 유가족 등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이 날 합동위령제에는 박선주 행자부 위령시설조성사업 자문위원장, 김광년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 대표, 양성홍 제주4.3유족회장 등이 참석했다.
1부에서 진행된 합동 위령제는 진혼무와 제례, 천도제, 미사가 열렸다.2부 추모식에서는 문금복 동구청행정자치국장, 박선주 행자부 민간인 희생자위령시설 자문위원장, 김광년 전국 유족회장 등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3부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유족회원의 추모시, ‘아물지 않는 상처’라는 제목의 헌무, ‘비가’ 등 추모가, 헌화 등 추모공연으로 위령제가 마무리됐다.
김종현 산내사건유족회장은 “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66년이 흘렀고 위령제를 개최한지도 17년이 흘렀다 ”며 “부모, 형제 자매의 억울한 죽음을 못잊고 희생자를 위한 마음으로 참석하신 분들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6월17일부터 19일까지 3일동안 포크레인 2대와 발굴전문가 및 자원봉사자 합동으로 시굴했다”며 “반세기가 지나 지형 변화와 토지개발로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하루빨리 정부 차원에서 이 사건에 대해 나서서 평화공원 조성이 추진됐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지난해 4월 대전시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 위령사업지원 조례가 발의됐으며 동구에서도 이를 위한 조례 제정을 진행중이다. 내포=구창민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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