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현 대전시 기후대기과장 |
구체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지난 5월 중순 경의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8.4℃로 다른 해와 비교하면 무려 4.5℃가 높았다고 한다.
이는 7월 중순의 평균 최고기온에 해당한다고 하니 이렇게 일찍 시작된 더위를 어떻게 극복 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에어컨도 없던 시대에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한여름 무더위를 지혜롭게 이겨냈을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에서 8가지 피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소나무 둑에서 활쏘기, 회화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깨끗한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동쪽 숲 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비 오는 날 시 짓기, 달 밝은 밤 발 씻기…. 듣기만 해도 더위가 싹 가시는 듯하다.
지금은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여덟 가지 모두 사소한 일상 속에서 자연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피서법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유유자적하기 어려운 현대인이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여름철 무더위를 효과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쿨 맵시' 착용이 해답일성 싶다. '쿨 맵시'란 시원하고 멋스러운 의미의 '쿨(Cool)'과 옷 모양새를 의미하는 순 우리말 '맵시'의 복합어로 예절과 건강, 패션까지 고려한 옷차림을 뜻한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쿨 맵시 복장만으로도 냉방병을 예방하면서 2℃ 정도의 체감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하니, 이보다 좋은 피서 법은 없을 것 같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온 국민이 쿨 맵시 착용으로 에어컨 사용을 1시간 줄이고 냉방 온도를 2℃만 높이더라도 연간 약 4억 2100만 kWh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약 2700만 그루의 30년생 소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다.
쿨 맵시를 어떻게 내야하는 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먼저 남자는 노타이에 가볍고 얇은 소재의 반팔 셔츠 그리고 여유가 있는 통바지를 입어 통기성을 좋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여자는 너무 요란하거나 무거운 액세서리는 지양하고 라운드나 브이네크라인에 허리는 너무 조이지 않는 원피스를 착용하면 좋다고 한다.
문제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새로운 복장 형태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문화다. 에어컨의 온도가 오르고 사용시간이 줄어들면 많은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몸의 자생기능이 살아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보여 주기식의 옷차림 대신 일상과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멋이 드러날 수 있는 소박한 옷차림새가 우리 생활에 자리 잡아야 하며, 산업적으로도 더위를 효율적으로 극복해 낼 수 있는 고기능 소재의 개발과 이를 활용한 디자인 개발에 더욱 힘쓸 필요가 있다.
물론 쿨 맵시 문화는 이제 어느 정도 정착되어가고 있다. 어느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 직장인의 출근복장이 양복에서 캐주얼 차림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니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상쾌한 차림의 쿨 맵시는 상상만 해도 멋스럽고 시원하다.
체온은 내리고 스타일은 올리는 쿨 맵시, 대전시민 여러분들도 함께 동참해 하나뿐인 지구를 아끼고 저탄소 생활도 실천하면서 올해 시원한 여름나기를 기대해 본다.
임재현 대전시 기후대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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