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극장가 1위를 지키고 있다. 다소 순위변동을 겪으며 1, 2, 3위의 큰 격차 없이 지키고 있는 자리지만 꾸준히 영화의 인기를 증명하는 중이다.
영화 '아가씨'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 받은 아가씨 김민희와 그녀를 둘러싼 이모부 조진웅, 하녀 김태리, 백작 하정우 사이의 사건을 그린 영화다. 영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들 사이에선 다소 엇갈린 영화평이 나오고 있다. 박찬욱 감독 영화사상 가장 '쉬운' 영화여서 김이 빠진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가 하면 '영화의 미'를 보여주는 정석 같은 영화란 긍정적 평도 있다. 파격적인 동성애 베드신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비롯해 촬영 당시 에피소드가 속속 알려지면서 꾸준히 관객을 극장으로 부르고 있는 중이다. 16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아가씨'의 누적관객수는 336만2213명으로 예매점유율 21.6%다.
극장가 2위는 지난주 개봉한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2'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본격 '공포물'이 등장했다. 영화 '컨저링2'는 1970년대 영국의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 현상을 그린 영화다. 공포영화의 자존심이라고도 불리는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누적관객수 76만9548명으로 예매점유율은 1위와 얼마 차이나지 않는 20.7%다. 3위는 지난주 개봉한 '정글북'이다. 누구나 아는 정글 소년의 이야기가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으로 실감나게 탄생했다. 20% 점유율과 누적관객수 103만5101명을 기록했다. 4위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으로 예매점유율 14.7%에 누적관객수 82만1777명이다.
이번주 개봉작은 다양하다. 실제 사건이 알려진 뒤 국민의 공분을 샀던 '영남제분 사모님 사건'이 영화화됐다. 김명민, 성동일, 김성호 주연의 '특별수사'가 개봉했다. 영화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로 극장가를 찾았다. 전편보다 조금 보기 편한 닌자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루브르박물관과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합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프랑코 포니아'도 개봉했다.
돈이 권력인 세상에 '통쾌한 한방'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한때는 모범 경찰이었던 필재(김명민)는 지금은 잘 나가는 브로커다. 변호사 판수(성동일)는 이런 브로커를 모시며 일을 한다. 끊이지 않는 사건 수임으로 동업하는 이들의 앞에 어느날 사형수로부터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세간을 뒤흔든 인천의 재벌 '대해제철며느리 살인사건'의 범인 순태(김상호)는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사건 브로커 필재는 사건의 배후가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권력과 돈으로 살인까지 덮어버린 재벌가의 만행을 밝히기 위해 브로커 필재와 변호사 판수가 특별수사에 나선다.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권력과 돈으로 살인까지 덮어버린 재벌가의 만행을 파헤치는 사건 브로커의 통쾌한 수사극이다. 권종관 감독 작품으로 2002년 발생한 '영남제분 여대생 살인사건'을 영화화했다. 출연진으로는 사건 브로커 역을 맡은 김명민이 그동안의 역할과는 다소 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배우 김상호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택시기사 역할을 맡는다. 성동일은 김명민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변호사 역을 맡아 '캐미'를 맞춘다. 이밖에도 중견 여배우 김영애, 박혁권, 김뢰하, 아역배우 김향기 등이 출연한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이를 보는 관객들은 막강한 자본과 권력을 등에 업은 세력에 대한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 속 주인공들의 활약을 통해 밝혀지는 사건 전말에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영화는 '돈이 곧 권력인 세상'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는 관객들의 속을 시원하게 한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현실 연기는 관객을 더욱 몰입시킨다. 믿고 보는 배우 김명민과 김상호, 성동일 등은 영화를 위해 갖은 고생을 견뎌야 했다. 그중 김명민의 목욕탕 수중 격투신과 김상호의 감옥 액션신은 손에 꼽히는 장면이다.
돌아온 닌자 4인방 '역대급 팀플레이'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
감옥을 탈출한 슈레더(브라이언 티)는 인간을 동물로 바꿀 수 있는 의문의 보라색 액체를 손에 넣어 막강파워 악당을 만들어 내고 다시 한번 지구 정복을 꿈꾼다. 이를 막기 위해 강력한 전투력과 끈끈한 유대로 닌자터틀 4총사가 뭉쳤다. 열혈 여기자 에이프릴 오닐(메간 폭스)과 하키 마스크를 쓴 케이시 존스(스티븐 아멜)와 함께 '역대급 팀플레이'를 펼친다.
영화 '닌자터틀'이 더 강력해진 악당에 맞서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로 돌아왔다.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는 강한 전투력과 끈끈한 유대로 뭉친 닌자터틀 4총사가 의문의 보라색 액체로 변이한 악당들에 맞서 역대급 팀플레이를 선보이는 유쾌통쾌한 액션 블록버스터다. 영화 '나쁜 녀석들', '진주만', '아마겟돈',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 흥행작을 만든 마이클 베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섹시한 이미지의 메간폭스와 네 번째 함께하는 영화다.
레오나르도, 라페엘,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닌자터틀 4총사'는 특색있는 4인4색의 매력을 자랑한다. 같은 연구실에서 태어나 수십 년간 동고동락했지만 서로 다른 성격으로 자주 티격태격하는 닌자터틀 4인방의 이색 케미스트리는 영화의 또 다른 관람포인트다. 영화는 새로운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더해 전편보다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 특히 초대형 스케일의 액션 퍼레이드가 주목되는 점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신에서는 감옥을 탈출한 악당 슈레더를 막기 위해 한밤중 도로 위 추격신이 등장한다. 브라질 마나우스 상공에서 고공 낙하하는 아찔한 장면도 스릴 넘치는 액션을 완성한다.
영화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에선 전편과 달라진 4총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전편에서 닌자터틀 4총사의 외모가 너무 무섭고 악당처럼 보인다는 의견을 수렴한 제작진은 치아와 턱선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고 두건 모양을 바꾸는 등 미묘한 변화를 선보였다.
루브르 박물관 비밀 '흥미로운 추적'
●프랑코 포니아
1940년, 2차대전 시기 독일군이 프랑스 파리를 점령한다. 대부분의 프랑스인이 남쪽으로 피난을 떠나지만 루브루박물관의 관장 자크 조자르(루이-도 드 렝퀘셍)는 파리를 떠나지 못한다. 예술품 약탈로 악명이 높았던 나치에 맞서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에게 나치군 특수부대 사령관인 프란츠 메테르니히 백작(베냐민 우체라트)이 나타난다. 그 역시 자크 조자르 만큼이나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적이지만 두 사람은 예술품 보존이라는 공동의 목적에 힘을 합쳐 협력자가 된다.
루브르박물관을 지키기 위해 합심한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은 영화에 직접 출연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보여준다. '파우스트'로 제68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직접 출연하며 내래이션을 맡은 '프랑코 포니아'는 구성과 전개가 극영화 같은 다큐멘터리다.
'프랑코포니아'는 루브르 박물관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에 질문을 던지고 감독이 답을 한다. 소쿠로프 감독은 실존인물 재현을 통해 2차 대전 중 루브르 박물관이 어떻게 수호됐는지 이야기한다. 특히 소쿠로프 감독은 나치군과의 협력으로 예술품을 지킨 자크 조자르에 대해 어떤 판단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2차 대전 중 적군과의 협력으로 지켜진 루브르 박물관을 나치에 의해 파괴된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처참한 광경과 대비시킬 뿐이다.
'프랑코포니아'는 감독의 오랜 관심사가 여과 없이 드러난 작품이다. 역사 뒤의 또 다른 역사와 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감독의 관심사가 표현된다. 독일 점령군 하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을 다채롭게 그려낸 소쿠로프 감독의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전쟁 중 예술품들을 약탈한 나치군을 통해 '수집'이라는 명목 하에 약탈해도 좋은지, 예술 작품의 보호라는 명목으로 적과 타협한 인물의 태도는 옳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은 관객의 몫이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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