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철 건설근로자공제회 대전지부장 |
‘노가다’라는 표현이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용어로 노동현장에서의 잡부를 일컫는 사전적인 의미만을 담는 것은 아니다. 힘들고 거친 육체적인 노동일의 대명사이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소위 노가다꾼)은 약자라는 느낌까지 담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건설현장에는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건설현장이 바뀌지 않았으며 그만큼 직업전망도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건설현장 유입경로를 보면, 내국인은 제조업 등 다른 직종에서 퇴직하고 자본과 기술이 없는 이가 생계를 위해서 발을 들이는 구조이다. 외국인은 정상적으로 비자를 받아 취업한 근로자와 체류기간을 넘겨 일을 하는 불법근로자가 섞여 있다. 젊은이는 대부분 중국 교포 등 외국인 노동자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며 예전과 달리 현장에서는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팀을 이끄는 팀(반)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충격이었다. 인간을 대신한 로봇으로 인해 많은 직업군이 사라지고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이 큰 직업군 중에 건설 직종인 콘크리트공과 철근공이 포함되어 있었고 대체 가능성이 낮은 분야는 화가, 작곡가 등 창작활동을 해야 하는 예술분야가 될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밀려나다 못해 이제 로봇에게까지 자리를 내어주어야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인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기까지의 그 많은 공정과 과정 중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될까? 똑같은 집을 찍어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름다운 건축물은 예술작품이고 창작활동이므로 인간을 대체하기에는 분명 한계는 있을 것이다. 예술작품을 만드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은 대우를 받아야 하며 이들의 일자리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은 당연한 몫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건설근로자 고용개선등에 관한 법률(이하 건설근로자법)’을 제정해 건설근로자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제3차(2015~2019년)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이 진행 중이다. 건설근로자의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고 안전한 근로환경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퇴직금을 받기 어려운 건설근로자에게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는 퇴직공제제도 등이 운영되고 자녀학자금 지원사업 등 복지사업이 진행되는 등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래도 건설현장의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장에서의 작은 실천과 관련 법에서 정해진 부분부터 실천이 필요하다.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지만 건설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건설근로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될 수 있도록 건설근로자법에서 정한 퇴직공제금의 부금일액을 현재 4000원인 것을 상한액인 5000원으로 인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점심식사 후 종이박스를 깔고 현장의 그늘진 곳을 찾아 지친 몸을 누이던 것을 종이박스 대신 제대로 된 매트를 지급하는 작은 노력이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퇴직공제금이 노후대비를 위한 실적적인 목돈이 될 수 있도록 부금일액의 인상과 적용공사의 범위 확대도 필요하다.
또한, 건설근로자가 기능인으로서의 합당한 대우와 임금체불 문제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69주년을 맞은 건설의날을 계기로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드는 건설근로자가 ‘노가다’가 아닌 ‘기능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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