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요즘 교육계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온통 위기감과 절망감뿐이다. 출산율 저하로 초등학교 학령인구가 크게 줄더니 이제 중학교도 학생 수 걱정을 해야 할 정도이고 급기야는 고등학교까지 문제가 파급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지방에 위치한 대학으로서 우수 학생 유치다. 요즘 학생들이 서울과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다 보니 나머지 학생들이 지방대학을 선택하게 되고, 그나마도 정원을 채울 수 없는 학교들이 등장할 것은 불 보듯 뻔한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 중앙언론지가 발표한 각 고등학교들의 우수학생 숫자 비교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결국 아무리 환경이 어렵다 하더라도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이 생기는, 아직 '희망은 있다'는 것이다. 수능시험을 치러온 지난 11년 동안 589만 명 응시생들의 성적을 분석한 이 통계에서 소위 비평준화지역의 몇몇 고등학교들이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경기도 오산의 S고의 경우 2015년의 우수학생(국·영·수 2등급 이내) 비율이 전체 학생의 절반에 달하는 48.3%에 달하고 있다.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3년 5.6%에 불과했던 우수학생의 비율이 불과 2년만에 9배 가까운 신장을 보인 것이다.
이 학교의 모 부장선생님은 좋은 학생을 모으기 위하여 경기도내 중학교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등 발품을 판 것은 물론 200여 명의 학부모들을 일대일로 상담해 학생을 유치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도 명문고로 거듭나기 위하여 자율형 공립고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 즉, 일반고보다 우선해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이점을 살렸고 교육과정의 50% 내에서 수업을 조정할 수 있는 점도 활용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신입생을 입학 전인 1월에 중학교 과정을 복습케 하는 등 실력을 사전에 점검했으며, 원래 학급당 30명이던 것을 20명으로 편성해 교사와 학생의 일대일 집중교육을 했고, 그것이 효과를 내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당 언론지가 선정한 수능 우수학생이 크게 늘어난 학교 30선에 드는 곳들은 대도시의 학교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 시골의 학교들이었다. 성적이 크게 늘어난 고교 5위를 마크한 충북 청원의 C고교는 우수교사가 오래 학교에 머물 수 있게 하는 '교사초빙제'를 적극 활용해 미리 파악해놓은 우수교사들을 전보발령시에 적극 설득해 모셔왔다. 결국 우수교사들의 노하우가 배어 있는 '으뜸 수업'이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학기가 되면 우수학생들이 다투어 청주 시내학교로 전학 가던 양상이 이제는 신입생 240명 중 100명이 청주 시내에서 들어올 정도로 '역유입'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신흥 명문고로 부상한 이들 학교들의 스토리를 보면 학교와 선생님들의 열의와 학부모들의 믿음이 마주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학원이 없는 양평군의 한 고교는 학부모들이 재능기부로 학생들에게 보충수업을 시킨 사례도 있을 정도다.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뒤처진 고등학교를 신흥명문으로 키워낸 이들의 스토리는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된다. 서울의 유수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들이지만 4년간 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지도하고 이끌어가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고 있다.
입학 전 신입생에게 실시하는 동기유발학기, 1년 2학기제가 아닌 10학기제, 학생들의 전인교육을 위해 레지던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 등을 도입해 비록 입학할 때는 우수 등급의 학생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졸업할 때는 최우수 등급의 학생을 배출하겠다는 필자의 꿈도 '그래서 희망은 있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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