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부터 9시까지 다문화 음식 이동마차 시작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 등 다양한 음식 한 곳에
대전 한민전통시장엔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만날 수 있는 ‘다문화 음식 특화거리’가 있다. 베트남 쌀국수부터 중국의 군만두, 인도네시아 바나나 셔츠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음식이 한 자리에 펼쳐진다.
지난 11일 방문한 한민전통시장 한편에선 어눌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베트남 쌀국수 맛보세요. 초콜릿 묻힌 바나나 셔츠입니다” 서툰 한국말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이곳은 지난 2일 개장한 ‘다문화 음식 특화거리’다.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다문화 음식 특화거리’는 침체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청의 공모 사업으로 출발했다.
굳이 외국을 가지 않아도 전통시장에서 세계 각국의 대표 음식을 만날 수 있어 벌써부터 소비자들에게 소문이 자자하다.
오후 3시, 일본, 인도네시아, 멕시코, 중국, 이탈리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각국의 대표 음식들을 담은 ‘다문화 음식 거리 이동마차’ 10개가 한민전통시장 한편에 일렬로 들어섰다.
5명의 외국인과 5명의 한국인이 함께하는 이동마차에선 굽고 튀기는 군침 돋우는 냄새가 소비자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시민들은 판매자가 외국인임에도 자연스레 대화를 나눴다. 모두 수준급의 한국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거 맛있어요?”라고 묻는 한 소비자의 물음에 “아기들이 좋아해요. 드셔 보세요” 인도네시아인 닛왕엔다(49) 씨가 또박또박 한국어로 대답했다.
2007년 한국으로 시집온 닛왕엔다 씨는 바나나 셔츠를 판매한다. 개장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장사가 잘된다고 닛왕엔다 씨는 설명한다. 그는 이동마차 뒤에 쌓인 바나나 박스를 가리키며 “잘 팔릴 때는 하루 한 박스를 다 팔 때도 있다”며 “한국에서 일하게 돼 매일 감사함을 느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40~50대 판매자 중에서 앳된 모습으로 중국의 고기빵인 로우지아모를 판매하는 중국인 장염(26) 씨도 눈에 띄었다.
장 씨는 2012년 배제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았다. 졸업 이후 마땅한 일을 찾지 못한 그는 우연히 다문화 음식 특화거리에 지원,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장 씨는 “장사가 잘 안 될까 걱정했지만 고객들이 좋아해 잘 팔리고 있다”며 “더 열심히 해서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온 정성을 쏟겠다”고 해맑게 웃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주부 김옥규(53) 씨는 “외국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좋다”며 아이 입에 바나나 셔츠를 물려줬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곤 항상 같은 시간에 열리는 ‘다문화 음식 특화거리’는 밤이 깊어갈수록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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