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강종빈, 이광원, 반재학, 김하나 선수, 전병용 사무처장, 김상현 감독, 김태훈 선수. |
“무언가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 운동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도 포기할 수 없죠”
오는 10월 충남도에서 치러지는 제36회 전국장애인체전을 대비해 훈련에 한창인 대전시장애인체육회 육상팀.
김상현 감독을 중심으로, 반재학(28ㆍ청각장애ㆍ트랙), 김하나(28ㆍ청각장애ㆍ트랙), 김태훈(36ㆍ시각장애ㆍ필드), 강종빈(44ㆍ지적장애ㆍ필드), 이광원(25ㆍ청각장애ㆍ트랙) 선수로 구성된 육상팀은 각자 꿈을 이루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견뎌왔다.
일반인들과 달리 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더 열심히 했고, 그 결과 2013년 7월 팀 창단 이후 3년 만에 각자 종목에서 랭킹 1~2위를 차지할 만큼 우수한 선수로 성장했다.
국내를 평정한 선수들은 이제 국가대표로서 페럴림픽(신체장애인들의 국제경기대회)과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 대회)에서 전세계 선수들과 겨뤄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오전 9시, 한밭종합운동장에 모인 선수들은 김상현 감독에게 훈련 내용을 전달받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김 감독은 시각과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김태훈 선수와 강종빈 선수에게는 말로 훈련 내용을 전달하고,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미리 작성한 글로 훈련을 지시했다.
김 감독은 훈련 도중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 전달사항이 있으면 코치와 함께 수화를 통해 선수를 지도했고,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 사항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필드 선수들과 트랙 선수 모두 자신의 기록을 향상 시키기 위해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았고, 오전 11시가 돼서야 훈련을 멈추고 잠시 숨을 돌렸다.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운동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팀의 맏형인 강종빈(포환, 창, 원반) 선수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머리를 크게 다치면서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강 선수는 “복지관에서 생활을 하다가 복지관 선생님이 운동겸 포환을 해보라고 해서 운동을 시작했다”며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더 하고 싶어졌고,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됐다”고 말했다.
김태훈(포환, 창, 원반) 선수는 “30살 되던 해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언제가는 완전히 실명하게 된다”며 “맹학교에서 안마를 배워 안마사로 일을 했는데 무료한 삶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게 됐다”며 “운동은 나에게 자신감을 다시 찾아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4살때 열병으로 청각장애를 갖게 된 이광원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했는데,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대학교가 집에서 너무 멀어서 육상을 시작하게 됐다”며 “내년 데플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목표다. 선발된다면 꼭 메달을 따서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청각장애를 가진 선수들과 의사소통이 힘들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기본적인 수화를 배웠고, 2~3년 간 함께 하다 보니 지금은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모두 국가대표로 발탁됐으면 좋겠다”며 “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병용 대전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운동은 장애인들에게 다시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준다”며 “더 많은 장애인들이 운동을 통해 즐거운 삶,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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