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명선 서천 오성초 교사 |
“답장이 늦어서 미안. 아침에 눈뜨자마자 예임이가 보낸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단다. 선생님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부끄러울 때가 많단다. 순수하고 가능성이 많은 어린 새싹들의 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사람은 아닌지 고민이 많다. 이런 생각으로 한숨이 저절로 나올 때 제자가 나를 선생님으로 인정해주고 고마워한다는 사실이 아주 큰 힘이 되고 용기가 된단다. 늘 감동을 주는 우리 예임이는 마음이 곱고 예의 바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소중한 제자란다. 초등학교 때도 예임이가 선생님을 많이 도와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정말 고마워! 사랑하는 예임아, 수백 번 사랑한다고 말해도 부족할 것 같구나. 항상 건강하고 잘 지내렴.”
며칠 전에 제자로부터 온 카톡 메시지와 답장을 보니 그 때 일이 떠오른다.
“우리 반 모두 한 명씩 나와서 선생님 손바닥을 때리거라. 너희들이 잘 못하는 것은 내가 잘못 가르쳐서 그런 것이니 내 잘못이다.”
아이들을 한 명씩 앞으로 나오게 했다. 평상시에 시끌벅적 떠들고 장난치던 아이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아이들 눈은 초롱초롱 맑았다. '내가 어찌 이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내 성화에 못 이겨 한 명의 아이가 내 손바닥을 때렸지만, 그건 때렸다기보다는 그냥 막대기로 살짝 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세게 때리라고 말하자 두 번째 아이는 운다.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운다.
그러자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선생님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라고 말하며 펑펑 운다. 나도 울었다. 마치 빛바랜 동화책에서 본 듯한 고리타분한 방법이었지만, 그 때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잘못 행동하는 것은 정말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에 1학기 내내 힘들게 했던 개구쟁이 우리 3학년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말썽도 훨씬 덜 피웠다.
그 날 우리 반 아이들은 내게 편지를 써서 줬는데, 대부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선생님 말씀을 잘 듣겠다는 사랑이 담긴 편지였다.
진심과 사랑은 서로 한 길로 통하는가 보다. 장난기 많은 이 아이들은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것을 느낀 것이다. 사랑! 그것은 각자 자신의 발걸음을 올바른 길로 옮기는 이유다.
염명선 서천 오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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