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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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사랑의 힘

  • 승인 2016-06-07 14:03
  • 신문게재 2016-06-08 22면
  • 염명선 서천 오성초 교사염명선 서천 오성초 교사
▲ 염명선 서천 오성초 교사
▲ 염명선 서천 오성초 교사
“선생님께서는 정말 최고셨어요! 저희가 말을 안 들어도 너무 안 들었지요. 저희반이 그때 당시 인원수도 제일 많고 6학년 때까지 학교 최고 말썽꾸러기들이었잖아요. 저희는 중학교 때 올라와서도 사고뭉치들이었어요. 중학교 선생님들께서도 저희 같은 애들은 처음 봤다고 하셨거든요. 선생님께서는 항상 사랑을 주시며 멋지시고 너무 존경스러웠어요! 혹시 나중에라도 가끔 혼자 계실 때 한숨이 쉬어지시거나 '선생님'이라는 역할에 대하여 고민이 생기실 때는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은 잘 못 느끼실 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저희가 처음인데도 정말 최고의 선생님이셨어요. 더군다나 지금은 시간도 많이 지났고 옛날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이 되셨을 거예요. 선생님은 제 롤 모델이셨고, 선생님 때문에 제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자라나는 새싹들을 잘 돌봐주시어 저희들 모두가 이렇게 바르고 착하고 성실하게 자랐어요. 누군가를 배려하고 존경할 줄 알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 이 모든 것들도 배웠어요. 너무 걱정하거나 선생님 자신에게 실망도 하지마세요. 선생님 약속! '선생님 더 도와드리고 말씀 좀 잘 들을 걸….' 하고 지금은 후회가 많이 돼요. 그리고 중학교 올라와서도 선생님 뵐 수 있어서 좋았고, 책 정리 같은 것처럼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천사 선생님, 아름다운 선생님, 따뜻하신 선생님, 선생님! 사랑해요. 상상 이상으로 아주 많이 사랑해요. 선생님께서도 항상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감사합니다.”

“답장이 늦어서 미안. 아침에 눈뜨자마자 예임이가 보낸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단다. 선생님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부끄러울 때가 많단다. 순수하고 가능성이 많은 어린 새싹들의 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사람은 아닌지 고민이 많다. 이런 생각으로 한숨이 저절로 나올 때 제자가 나를 선생님으로 인정해주고 고마워한다는 사실이 아주 큰 힘이 되고 용기가 된단다. 늘 감동을 주는 우리 예임이는 마음이 곱고 예의 바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소중한 제자란다. 초등학교 때도 예임이가 선생님을 많이 도와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정말 고마워! 사랑하는 예임아, 수백 번 사랑한다고 말해도 부족할 것 같구나. 항상 건강하고 잘 지내렴.”

며칠 전에 제자로부터 온 카톡 메시지와 답장을 보니 그 때 일이 떠오른다.

“우리 반 모두 한 명씩 나와서 선생님 손바닥을 때리거라. 너희들이 잘 못하는 것은 내가 잘못 가르쳐서 그런 것이니 내 잘못이다.”

아이들을 한 명씩 앞으로 나오게 했다. 평상시에 시끌벅적 떠들고 장난치던 아이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아이들 눈은 초롱초롱 맑았다. '내가 어찌 이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내 성화에 못 이겨 한 명의 아이가 내 손바닥을 때렸지만, 그건 때렸다기보다는 그냥 막대기로 살짝 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세게 때리라고 말하자 두 번째 아이는 운다.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운다.

그러자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선생님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라고 말하며 펑펑 운다. 나도 울었다. 마치 빛바랜 동화책에서 본 듯한 고리타분한 방법이었지만, 그 때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잘못 행동하는 것은 정말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에 1학기 내내 힘들게 했던 개구쟁이 우리 3학년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말썽도 훨씬 덜 피웠다.

그 날 우리 반 아이들은 내게 편지를 써서 줬는데, 대부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선생님 말씀을 잘 듣겠다는 사랑이 담긴 편지였다.

진심과 사랑은 서로 한 길로 통하는가 보다. 장난기 많은 이 아이들은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것을 느낀 것이다. 사랑! 그것은 각자 자신의 발걸음을 올바른 길로 옮기는 이유다.

염명선 서천 오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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