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봄은 피었고 여름은 자란다. 여름의 놀라운 성장력은 늘 경이롭다. 풍성하게 자란 초록 잎 사이로 햇살이 쏟아진다. 무럭무럭, 봄을 딛고 여름은 곧게 뻗어나가고 있다.
6월5일은 24절기 중 하나인 망종이다. 조상들은 씨를 뿌리기 좋은 시기라 하여 모내기를 하고 막바지 보리를 벤다. 무르익은 보리를 베느라 남쪽지방은 아주 분주하다. 1년 중 가장 바빠서 ‘발등에 오줌싼다’는 우스개 속담까지 생겼을 정도다.
망종에는 풍년과 흉년에 대한 점을 치기도 한다. 지역에서는 망종날 번개나 천둥이 치면 농사가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또 가장 흔했던 풍흉은 ‘망종보기’라 하여 음력 4월안에 망종이 들어야 보리농사가 잘 되고 빨리 걷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막 걷힌 보리는 보리그스름이라는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보리를 구워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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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 이후 매실, 구연산 풍부해져요
이 무렵 사마귀와 반딧불이 나오고 매화의 열매인 ‘매실’이 수확된다. 망종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매실을 수확하는데 상처 없이 깨끗한 매실로 매실청을 담근다. 초록색의 매실은 잘 여물었는지 알기 어려운데 망종 때가 지나면 익는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매실을 망종 이후에 수확하는 이유는 또 있다. 매실에는 장내 효소와 결합하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이 있는데, 바로 청산배당제다. 주로 풋매실과 과육에 다량 포함되어 있는데 풋매실이 익어 가면 청산배당제는 자연히 사라진다. 또 6월쯤 수확해야 구연산 함량이 14배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망종, 바쁘다.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숙제가 아닌가. 보리와 매실 수확은 잘 먹고 잘살기 위한 기분좋은 분주함이다. 폭염과 찜통더위가 두렵기도 하지만 여름은 반드시 필요한 계절이다. 씨를 뿌렸으니 잘 키워내야지. 여름 태양이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키움을 향한 열정 때문일 게다.
수일내로 집집마다 상처 없는 매실을 설탕에 절여 매실청을 만든다. 부모님이 왜 하필 이맘때 매실을 이렇게 많이 사오셨나 궁금하다고? “망종이 지났기 때문이야”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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