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아가씨 어서옵쇼~ 극장가 '레드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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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아가씨 어서옵쇼~ 극장가 '레드카펫'

칸영화제 초청작… 개봉 첫날 28만 관객 '기분좋은 출발'

  • 승인 2016-06-02 15:16
  • 신문게재 2016-06-03 1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시네마, 핫클릭!]

극장가 춘궁기가 끝났다. 볼거리가 변변치 않아 관객수가 줄어든 극장가에 관객을 부르는 영화들이 속속 걸리고 있다. 지난주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이어 이번주는 '아가씨'란 대작이 등장했다. 지난 1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아가씨'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 30만 관객을 동원해 좋은 시작을 알렸다.

영화 '아가씨'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올라 국내는 물론 해외 영화계서도 주목받은 작품이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귀족 아가씨와 그의 후견인 이모부, 아가씨의 하녀, 백작이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박찬욱 감독만의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일 오전 영화 '아가씨'의 누적관객수는 30만263명이다. 개봉 당일 관객수 28만명을 기록해 청불 영화 사상 3번째로 좋은 개봉 성적을 얻었다. 예매 점유율은60%대를 넘어서 예매순위 1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개봉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점유율 13.7%대로 극장가 2위다. 누적관객수 190만4262명으로 개봉 후 1위 자리를 지키다 '아가씨' 개봉 후 밀려났다.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고대 이집트에 잠들어 있던 최초의 돌연변이가 깨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것을 막는 엑스맨들과의 대결을 그린다.

3위는 앞서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다. 외지인이 마을을 찾은 후 벌어지는 사건을 보여주는 곡성은 9.4%대의 점유율로 다소 누그러진 추세다. 누적관객수는 586만7781명이다.

이번주 극장가엔 영화 '아가씨'를 비롯해 여러 신작이 등장했다. 존엄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미 비포 유'와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 '더 보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개봉한 만큼 극장가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돈과 마음 뺏기 위한 매혹적인 음모


●아가씨

1930년대 조선.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김민희). 그녀에게 백작(하정우)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김태리)가 찾아온다.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아가씨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유명한 도둑의 딸이자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숙녀 숙희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해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의 제안을 받고 하녀가 됐다. 드디어 백작이 등장하고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매혹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찬욱 감독이 국내 작품으로 7년 만에 선보인 새 영화다.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원하는 것은 숨긴 채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는 4인의 캐릭터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이끄는 축이 된다. 과감한 연기 도전을 펼친 김민희가 아가씨 역을 맡았다. '암살' 등 흥행력과 연기력을 갖춘 하정우는 사기꾼 백작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드라마 '시그널'로 신드롬을 일으킨 조진웅은 아가씨의 후견인으로 등장한다. 히스테릭한 코우즈키 캐릭터를 표현하는 조진웅은 캐릭터를 위해 18kg를 감량하기도 했다. 끝으로 150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신예 김태리가 아가씨 김민희의 하녀 역을 소화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저택은 아가씨를 둘러싼 환경과 삶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곳이면서 모든 인물이 모이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감독은 신분 상승을 향한 욕망이자 서구에 대한 동경을 지닌 후견인 캐릭터가 반영된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시대상이 살아있으면서도 동서양의 멋이 혼재된 저택을 찾는 데 애썼다. 그러다 일본 구와나시에서 근대 시기 지어진 특별한 저택을 발견했다. 저택의 실내는 캐릭터의 내면과 심리를 반영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어둡고 비좁은 벽장으로 구현된 하녀의 방과 우아하지만 차가운 색감으로 정돈된 아가씨의 방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올드보이'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강렬한 영상미를 선보인 정정훈 촬영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인물 간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면서 공간의 깊이감과 미장센을 놓치지 않는 영상을 선보인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저택과 서재, 아가씨의 방 등 공간을 통해 영화를 완성시켰다. '올드보이', '신세계' 등 음악을 통해 극에 긴장감과 재미를 더한 조영욱 음악감독도 동참했다.

죽은 아들, 살아있는 인형 … 비밀은?


●더 보이

그레타(로렌 코핸)는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새 출발하기 위해 외딴 마을에 위치한 어느 대저택에 유모로 들어간다. 대저택의 노부부(짐 노튼ㆍ다이아나 하드캐슬)는 자신의 아들을 소개하겠다며 그레타에게 한 소년 인형을 보여준다. 인형을 정말 살아있는 아들처럼 대하는 노부부. 그들은 10가지 규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그레타에게 당부한 후 집을 비운다. 인형 브람스와 그레타는 대저택에 단 둘이 남게 되고 이후 저택에서는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영화 '더 보이'는 죽은 아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살아있는 인형에 얽혀 있는 비밀을 다룬 공포 스릴러다. 영화 '더 데빌 인사이드' 등을 연출한 공포 영화 감독 윌리엄 브렌트 벨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미드 '워킹데드' 시리즈에서 걸크러쉬 매력을 선보인 로렌 코핸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형이 살아있다고 믿는 그레타 역을 맡았다. 영국드라마 '핑거스미스'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루퍼트 에반스가 그레타의 유일한 친구이며 동지가 되는 대저택의 유일한 음식배달원 말콤 역을 소화했다. 로열 셰익스피어 단원으로 연극과 영화계에 명성을 쌓은 영국 대표 배우 다이아나 하드캐슬과 짐 노튼이 인형 브람스의 부모인 힐셔 부부로 등장한다.

영화는 동남아 국가서 개봉한 후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제작비 1천만 달러의 6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 온라인과 SNS 등을 통해 '공포영화 입문서'라는 극찬을 받으며 젊은 관객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해외 언론 매체서도 '더 보이'를 기교를 이용해 공포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닌 타이밍을 통한 긴장감 연출과 공간적 배경의 아름다움 그리고 스토리의 반전이 고급스러운 재미를 이끌어 냈다는 평을 했다.

영화에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공포의 소재로 등장하는 인형 브람스는 8살 아이의 모습에 창백한 피부와 무표정한 얼굴을 지닌 도자기 인형으로 실제 아이같은 모습이다. 모든 사건이 시작되는 대저택은 우아하고 고풍스러우면서도 사악한 기운이 감도는 느낌으로 연출했다.

존엄사 논쟁 일으킨 베스트셀러, 영화로


●미 비포 유

M&A전문가 겸 젊은 사업가였던 윌(샘 클라플린)은 교통사고 후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몇 년 동안 일하던 카페가 문을 닫는 바람에 새 직장을 찾아 나서게 되고 윌의 6개월 간병인이 된다. 사고 전 여행도 많이 다니고 여러 스포츠를 섭렵하던 윌과 하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 없이 잔잔한 삶을 살아가는 루이자. 상반되는 두 인물은 6개월 동안 함께 하며 싸우고 화해하고 싸우고 화해한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산 두 인물이 서로에게 스며들며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고, 삶을 바꿔나간다. “행복을 위해 죽음을 선택합니다.” 윌과 루이자의 로맨스를 그린 '미 비포 유' 속 깊은 주제 의식은 존엄사에 대한 질문이다.

테아 샤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의 원작을 쓴 조조 모예스가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해 원작의 결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영화의 또 다른 인상적인 부분은 캐스팅이다. '미 비포 유'의 캐스팅은 책에서 묘사된 인물들이 완벽히 구현된 캐스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유쾌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루이자' 역을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로 주목받은 에밀리아 클라크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 젊은 사업가 '윌' 역은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헝거게임' 시리즈의 샘 클라플린이 맡았다. 마치 둘을 염두하고 글을 쓴 듯 캐릭터를 살리며 매력을 드러내는 배우들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 '미 비포 유'는 매력적인 두 인물의 사랑과 삶의 태도에 대한 변화를 다루면서 동시에 '존엄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어 외 3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국내 베스트셀러 1위를 13주간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소설 '애프터 유'의 원작자 조조 모예스는 행복과 죽음의 선택에 대한 연관성을 묻는다.

과거·현재·미래… 시간을 초월한 공포


●무서운 이야기3 : 화성에서 온 소녀

영화는 인간을 피해 기계 행성에 도착한 소녀가 자신이 이곳으로 오게 된 이유인 '인간에 대한 공포'를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한다. 과거를 마친 선비 이생(임슬옹)은 고향으로 내려가다 갑작스레 도적떼를 만난다. 도적들을 피해 간신히 한 외딴 마을에 도착하는데 그곳은 인간은 살아 나갈 수 없는 여우골이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공포 설화를 배경으로 하는 과거의 이야기 백승빈 감독의 '여우골.' 현재의 이야기는 질주 괴담이다. 한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동근(박정민)과 수진(경수진) 앞에 한 덤프트럭이 나타난다. 거칠게 운전하는 덤프트럭과 한밤의 질주를 펼치게 된다. 도로 위 멈추지 않는 질주 괴담의 김선 감독의 '로드레이지'다. 마지막 미래 이야기는 인공지능을 다룬 공포다. 10년 동안 진구와 함께 지낸 인공 지능 둔코. 어느 날 둔코는 갑작스러운 오류 때문에 진구에게 상처를 입힌다. 진구의 엄마 예선(홍은희)은 진구 몰래 둔코를 없애고 새 로봇을 구입하지만 새 로봇 역시 오류가 나고, 예선과 진구의 앞에 둔코가 나타난다. 영원히 함께하자던 둔코과 진구의 약속의 저주가 시작되는 이야기, 김곡 감독의 '기계령'이다.

'무서운 이야기3'는 올여름 한국 공포의 포문을 처음으로 여는 작품이다. '여고괴담' 시리즈 이후 유일한 한국 공포 시리즈인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는 각 작품마다 다양한 공포를 선보이며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로 구성된 '무서운 이야기3'는 이전 시리즈와 같은 액자식 구성 방식으로 시간을 초월한 공포를 담았다. 한국 공포의 정통성을 잇는 이 시리즈가 이번엔 어떤 더 강력한 '웰메이드 공포'를 선사하며 스크린을 장악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 가지 관람 포인트를 더하자면 충무로 신예들의 발굴이다. 충무로의 등용문 역할을 해오던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는 이번에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2AM 출신 배우 임슬옹, '파수꾼'과 '동주' 등의 작품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였던 박정민, 드라마 '밀회'와 '파랑새의 집'을 통해 브라운관의 주목을 받은 경수진이 2016년 충무로의 신예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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